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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 <이방인> 그리고 <뫼르소, 살인사건>독서일지/문학동네세계문학전집 2018. 6. 12. 16:11반응형
문학동네 <이인>(알베르 카뮈, 이기언 역), 민음사 <이방인>(알베르 카뮈, 김화영 역), <뫼르소, 살인사건>(카멜 다우드, 조현실 역)을 읽었습니다. 민음북클럽에 가입하면서 받게 된 <이방인>을 읽고, 문학동네 스티커 독서노트를 쓰기 위해 <이인>을 읽었는데, 사실 <이인>을 펼쳐보기 전까진 두 작품이 같은 작품인 줄 몰랐습니다.
책을 펼쳐보고 나서야 <이인>이 알베르 카뮈 '이방인'으로 널리 알려진 작품이라는 것을 알았고, 그래서 민음사의 <이방인>과 비교하며 읽어보는 재미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왜 제목이 '이인'으로 하였는지에 대한 이유와 그 과정을 책의 뒷부분 역자의 말에서 알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그러자 마리는 자기가 나를 사랑하는지 자문했고, 난 그 점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알 수 없었다. 또다시 한동안 침묵이 흐른 뒤, 마리는 내가 이상한 사람이라고, 아마도 그렇기 때문에 날 사랑하지만, 언젠간 똑같은 이유로 역겨워질 거라고 중얼거렸다.
-문학동네 <이인>
그러자 마리는 자기가 나를 사랑하는지 어떤지를 생각해 보는 듯했으나, 나는 그 점에 관해서는 아무것도 알길이 없었다. 잠시 또 묵묵히 있다가 그녀는 말하기를, 나는 이상스러운 사람이라고, 아마 그 때문에 자기는 나를 사랑하고 있는 것일 테지만, 바로 그러한 이유로 내가 싫어질 때가 올지도 모른다고 했다.
-민음사 <이방인>
오늘밤은 개들이 짖지 말았으면 좋겠어요. 여하튼 내 놈인 것 같거든요.
-문학동네 <이인>
오늘 밤은 제발 개들이 짖지 말았으면 좋으련만. 내 개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자꾸 들어서요.
-민음사 <이방인>
무척이나 오래간만에 처음으로 엄마 생각이 났다. 말년에 엄마가 왜 "약혼자"를 얻게 되었는지, 엄마가 왜 다시 시작하려는 모험을 했는지, 난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저기 그곳, 그곳에서도 역시, 생명이 꺼져가는 그 양로원 주위에서도, 저녁은 우수가 잠시 머물다 가는 때인 것 같았다. 죽음에 임박해서, 엄마는 해방감을 느끼며 모든 걸 다시 살아갈 준비가 되어 있다고 느꼈을 터였다. 어느 누구도, 어느 누구도 엄마에 대해 눈물을 흘릴 권리가 없었다. 그리고 나 또한 모든 걸 다시 살아갈 준비가 되어 있다는 걸 느꼈다. 마치 그 거대한 분노가 내게서 악을 몰아내고 희망을 비워주기라고 한 듯이, 별들이 가득하고 징조들로 가득찬 이 밤과 마주하자, 난 처음으로 세계의 다정한 무관심에 마음의 문을 열었다. 마침내 그토록 형제같이 느껴지자, 난 행복했었고, 여전히 행복하다는 걸 느꼈다. 모든 게 완성되기 위해서는 내가 외로움을 덜 느끼기 위해서는, 내게 남은 소원이 있었다. 내가 처형되는 날, 많은 구경꾼들이 몰려와서 증오의 함성으로 나를 맞이해주기를.
-문학동네 <이인>
참으로 오래간만에 처음으로 나는 엄마를 생각했다. 엄마가 왜 한 생애가 다 끝나 갈 때 '약혼자'를 만들어 가졌는지, 왜 다시 시작해 보는 놀음을 했는지 나는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거기, 뭇 생영들이 꺼져 가는 그 양로원 근처 거기에서도, 저녁은 서글픈 휴식 시간 같았었다. 그토록 죽음이 가까운 시간 엄마는 거기서 해방감을 느꼈고, 모든 것을 다시 살아 볼 마음이 내켰을 것임이 틀림없다. 아무도, 아무도 엄마의 죽음을 슬퍼할 권리는 없는 것이다. 그리고 나도 또한 모든 것을 다시 살아 볼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마치 그 커다란 분노가 나의 고뇌를 씻어 주고 희망을 가시게 해주었다는 듯, 신호들과 별들이 가득한 그 밤을 앞에 두고, 나는 청믕로 세계의 정다운 무관심에 마음을 열고 있었던 것이다. 세계가 그렇게도 나와 닮아서 마침내는 형제 같다는 것을 깨달으면서, 나는 전에도 행복했고, 지금도 행복하다는 것을 느꼈다. 모든 것이 완성되도록, 내가 외로움을 덜 느낄 수 있도록, 나에게 남은 소원은 다만, 내가 처형되는 날 많은 구경꾼이 모려들어 증오의 함성으로 나를 맞아 주었으면 하는 것뿐이었다.
-민음사 <이방인>
두 출판사에서 번역된 책을 읽으면서 각각 밑줄 그은 부분이 다르고, 마음에 남는 부분이 달라서 번역자를 거친 하나의 작품을 왜 새로운 작품이라고 하는지 느낄 수 있었습니다. 둘 다 좋은 책인 것 같아 더 알고 싶은 마음에 검색을 해보니 이방인(이인)이 특히나 다른 작품들에 비해 번역 논란도 있었고 여러 다양한 이야기들이 뒤따르는 작품이더라구요. 다른 나라의 번역과 함께 비교해 놓은 기사도 있어서 놓친 부분도 알 수 있었구요. '살라마노 영감에게 다른 개를 키우면 되지 않느냐고 했지만, 영감은 그놈에게 익숙해 있었다고 했다.', '마치 여름 하늘에 새겨진 친숙한 길들이 감옥에 닿을 수도 있고, 무고한 잠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듯이 말이다'는 문장이 좋아 다음에 또다시 이방인(이인)을 꺼내 읽을 땐 문학동네의 <이인>에 손이 갈 것 같다가도 민음사 <이방인>의 '한나절이 얼마나 길면서도 동시에 짧을 수가 있는 것인지 나는 깨닫지 못했던 것이다. 지내려면 물론 길게 느껴지지만 날들이 어찌나 길게 늘어지는지 하루가 다른 하루로 넘쳐 나서 경계가 없어지고 마는 것이었다. 하루하루는 그리하여 이름을 잃어버리게 되는 것이었다.'는 문장도 정말 좋았기에 고민이 될 것 같습니다.
<이방인>(이인)에서 태어난 또 다른 소설 <뫼르소, 살인 사건>은 '오늘 엄마는 아직 살아 있네'로 시작합니다. '오늘 엄마가 죽었다'로 시작하는 <이방인>에 도전장을 내민 듯 보인 이 소설은 '태양 때문에' 살해 당한, 이름도 알려지지 않은 아랍인의 동생 시점에서 쓰인 책입니다. 형의 죽음이라는 한 가족에게는 너무나 큰 사건, 그리고 한 인간의 죽음이 <이방인> 속에서는 그저 도구로 밖에 사용되지 않았다는 것을 꼬집는 책입니다.
'엄마는 수많은 묘지에 다 가봤고, 형의 옛 친구들을 채근했고, 살인자와도 얘길 나누고 싶어 했지만, 그는 감방 깔개 밑에서 발견한 신문 조각하고만 대화를 할 뿐이었어. 다 헛수고였지.', '형은 자기 집과 동네에선 무싸였지만, 시내의 프랑스인 구역 안으로 몇 미터만 들어가도 아무것도 아닌 존재였어. 그곳 사람들 중 누구 하나가 형을 쳐다보기만 해도, 이름부터 시작해 모든 걸 잃고 풍경의 사각지대에서 떠돌게 되기에 충분했던 거야. 사실 따지고 보면, 그날 무싸는 태양에 너무 가까이 다가간 것 말고는 별달리 한 짓도 없었어.'
'권태와 눈부신 햇빛과 찝찔한 소금기' 주위에 무관심한 한 청년의 일상 단면들 잘 설명하는 단어들이 무싸라는 이름을 둔 채 '아랍인'으로 소설 속에서 사라져버리게 한 것에 대한 동생의 분노에 대한 작가의 시선이 신선하게 느껴졌던 건, 수많은 소설과 영화 들에서 주인공 중심으로 돌아가는 세상에 대해 당연하게 받아들였기 때문입니다. 물론 앞으로도 그럴 테지만, 새로운 시선으로 또 하나의 문학 작품을 탄생시킨 <뫼르소, 살인사건>이 꽤 오래 생각에 남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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