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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남주 번역 시집 <아침저녁으로 읽기 위하여>- 마야콥스키
    독서일지 2018. 5. 30. 2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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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블라디미르 블라디미로비치 마야콥스키(1893. 7. 19. ~ 1930. 4. 14.)

     러시아 혁명과 소비에트 초기의 지도적 시인이다. 15세 때 러시아 사회민주주의 노동당에 입당했으며 전제 정치에 반대하는 반국가 활동으로 여러 번 감옥에 드나들었다. 1909년 독방에 수감되었을 때부터 시를 쓰기 시작했는데 그의 시는 군중을 대상으로 한 연설조로 눈에 띄게 자기주장이 강하고도 도전적인 형식과 내용을 지녔다. 1914~1916년에 두 편의 중요한 장시 <바지를 입은 구름> <척추의 플루트>를 완성했는데 두 작품 모두 짝사랑의 비극과 세상에 대한 시인의 불만을 표현하고 있다.

    -<아침저녁으로 읽기 위하여> 시집 中


     알라딘 본투리드 32탄 김남주 번역시집 특별판 <아침저녁으로 읽기 위하여>을 읽고 있습니다. 故 김남주 시인이 옥중에서 교도관 두 명에게 종이와 펜을 몰래 얻어 자신의 사상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저항시인들의 시를 번역하였고, 베르톨트 브레히트, 루이 아라공, 마야코프스키, 하인리히 하이네 4명의 시인의 시 번역 원고를 교도관의 도움으로 밀반출해 <아침저녁으로 읽기 위하여>가 시집으로 출간될 수 있었습니다. 마야콥스키의 번역 시들 중 마음에 남는 시 3편을 소개합니다.



    청춘의 비밀


    아니다

    그런 것은 '청년'이 아니다

    숲속의 빈터나

    보트에 숨어

    우적우적

    와작와작

    보드카로

    양치질을

    시작한 놈은

    아니다

    그런 것은 '청년'이 아니다

    봄의

    아름다운 밤이면 밤마다

    최신 유행의 의상을 걸치고

    거드름을 피우며

    거리를

    바지의 긴 자락으로

    쓸고 돌아다닌 놈은

    아니다

    그런 것은 '청년'이 아니다

    인생의 여명

    그 홍조를

    피 속이

    근질근질하는데도

    소설 따위에 팔아넘긴 놈은.

    이런 게

    청춘이라고?

    아니다!

    18세가

    되는 것만으로는

    아무것도 되지 않는다.

    청년이란

    싸우는 사람들의

    대열에

    드문드문 틈이 생겼을 때

    모든 어린이들을

    대표하여

    외치는 사람.

    "우리들

    지구의 생활을 다시 만든자!"

    '청년'이란

    싸우는

    국제○○청년동맹에

    참가한 사람이

    부른 이름인 것이다.

    노동과 그날그날이

    즐거운

    낙이 되도록

    힘쓰는 사람들에게 바치는

    선물인 것이다!


    -<아침저녁으로 읽기 위하여> 특별판 180p



    붉은 모자 이야기


    옛날에 옛날에 카데트가 있었다

    카데트는 붉은 모자를 쓰고 있었다


    이것 말고 달리 카데트에게는

    예나 이제나 아무것도 없다


    카데트는 냄새 맡는다 어딘가에서 혁명을

    카데트는 곧장 모자를 쓴다


    빈둥빈둥 놀고먹는 카데트에게는

    그 아버지에 그 할아버지


    그런데 일어난 것은 무서운 폭풍

    카데트의 모자를 갈기갈기 찢는다


    그러자 카데트는 완전한 빈털터리

    혁명의 이리가 카데트를 거머잡는다


    이리의 밥이 되면 누구나 알고 계시겠지만

    혁명은 카데트를 커프스와 함께 통째로 삼켜버렸다.

    여러분 정치를 할 때에는

    이 카데트 이야기 잊지 마시압


    -<아침저녁으로 읽기 위하여> 특별판 184p



    회의에 빠진 사람들


    밤이 새벽으로 바뀌자마자

    매일 나는 목격한다

    본부로 가는 사람

    위원회로 가는 사람

    정치국으로 가는 사람

    교육국으로 가는 사람

    온갖 관청으로 사람들이 흩어져 간다

    건물로 들어가자마자

    서류가 비오듯 쏟아지고

    50개만을 골라내어

    (중요한 것만을!)

    온갖 회의로 관리들은 흩어져 간다.


    나는 출두하여

    "부탁합니다 면회를 허가해주시오,

    태곡적부터 출두해오고 있습니다만"

    "회의에 나갔습니다. 이반 바누이치 동지는,

    테오와 구콘의 합작 문제로"

    나는 계단을 백 개나 돌고 돈다

    세상은 무정하다


    또다시

    "전해드립니다. 한 시간 후에 오십시오.

    회의 중입니다.

    현 소비조합의

    잉크병 구입 건으로"


    한 시간 후

    남자 비서도

    여자 비서도 없다

    텅 비었다!

    22세 미만인 자는 전원

    콤소몰 회의에 출석 중.


    다시 기어오른다 벌써 밤인데도

    7층 빌딩의 맨 위층으로

    "돌아오셨습니까 이반 바누이치 동지는?"

    "회의 중입니다

    가 갸 거 겨 고 교 구 규 위원회"

    발끈 화통이 터져

    회의장으로

    나는 쳐들어간다

    야만적인 욕설을 퍼부으면서.


    그리고 나는 목격한다

    인간의 반쪽이 앉아 있는 것을.

    오, 무서운 일이다!

    나머지 반쪽은 어디에?

    "잘려나갔어요!

    살해당했어요!"

    나는 고함치면서 뛰어다닌다.

    무서운 광경에 정신이 돌아버려.

    그 참에 들린다

    극히 냉정한 비서의 목소리가

    "한꺼번에 두 회의에 출석하고 있답니다.

    하루에

    스무 개 남짓한 회의에

    나가야 한답니다

    어쩔 수 없이 두 쪽으로 쪼개야지요

    허리띠까지는 이쪽으로

    나머지는 저쪽으로

    울화가 치민 나머지 잠이 오지 않는다

    이른 아침

    새벽과 함께 내가 기원하는 것은

    "오 적어도

    또 하나의 회의를 바랍니다

    모든 회의의 폐지에 관한 회의를!"


    -<아침저녁으로 읽기 위하여> 특별판 192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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