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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남주 번역 시집 <아침저녁으로 읽기 위하여>- 브레히트
    독서일지 2018. 5. 29.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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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르톨트 브레히트(1898. 2. 10 ~ 1956. 8. 14)

     독일 바이에른 지방에서 태어난 브레히트는 뮌헨에서 의학을 공부했고 1924년까지 군병원에서 복무했다. 이 시기에 첫 희곡 <바알신>을 집필했고, 희곡 <한밤중의 북소리>로 클라이스트 문학상을 수상했다. 1920년대 후반부터 마르크스주의를 접하면서 그의 반부르주아적 경향이 짙어갔는데, 독일 연극계에서 그의 작품 상연이 금지될 정도로 문학을 통해 자신의 사상을 피력했다. 연극은 관객으로 하여금 무대 위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존재를 믿게 하거나 동화하도록 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며, 연극이 현실이 아님을 상기시키는 여러 장치들을 고안했다. 이런 서사극 이론의 바탕 위에서 <서푼짜리 오페라> <마하고니 시의 흥망> <에드워드 2세> 등을 집필했다. 희곡뿐만 아니라 시 분야에서도 많은 양식과 서법을 능숙하게 구사했으며, <노래, 시, 합창> <스벤보르거 시집> 등을 남겼다. 1955년 모스크바에서 스탈린상을 수상했다.

    -<아침저녁으로 읽기 위하여> 시집 中


     알라딘 본투리드 32탄 김남주 번역시집 특별판 <아침저녁으로 읽기 위하여>을 읽고 있습니다. 故 김남주 시인이 옥중에서 교도관 두 명에게 종이와 펜을 몰래 얻어 자신의 사상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저항시인들의 시를 번역하였고, 베르톨트 브레히트, 루이 아라공, 마야코프스키, 하인리히 하이네 4명의 시인의 시 번역 원고를 교도관의 도움으로 밀반출해 <아침저녁으로 읽기 위하여>가 시집으로 출간될 수 있었습니다. 브레히트의 번역 시들 중 마음에 남는 시 몇 편을 소개합니다.



    아침저녁으로 읽기 위하여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나에게 말했다.

    "당신이 필요해요"


    그래서 나는 정신을 차리고 

    길을 걷는다

    빗방울까지도 두려워하면서

    그것에 맞아 살해되어서는 안 되겠기에.


    -<아침저녁으로 읽기 위하여> 특별판 19p




    내란 중 자기 누이를 노래했던 킨 이에의 노래


    나란히 서서 두 미루나무가 대화를 나누듯이

    우리들의 대화도 한결같이 그러했지

    그러나 오랜 세월 동안 우리들의 대화는 침묵하고

    이제 나는 들을 수 없구나 너의 말도

    네가 쓴 글도

    너도 마찬가지겠구나 나의 말을 듣지 못함은

    나는 너를 팔에 껴안고 머리를

    빗어올리면서 가르쳐주고는 했지

    전술의 여러 원칙을

    남성과 사귀는 기술 책을 읽는 기술

    다른 사람의 얼굴을 읽어내는 기술

    싸우는 기술 휴식하는 기술 등을 이야기해주었으나

    지금 와서 생각하니

    말하지 못했던 것이 많이 있구나

    밤에 나는 자주 일어난다 그럴 때면

    요령 부족했던 충고가 내 목에 메인다.


    -<아침저녁으로 읽기 위하여> 특별판 20p



    강제 수용소의 전사들에게


    소리를 주고받는 것초차 어려운 그대들!

    강제 수용소에 매장되어

    인간의 모든 언어로부터 차단당하고

    학대에 내맡겨지고

    두들겨 맞으면서도 그러나

    의지만은 꺾이지 않는 그대들!

    사라졌지만 그러나

    잊혀질 수 없는 그대들!


    그대들에 관해서 많이는 들을 수 없지만 들리는 바에 의하면 그대들은

    교정 불능이라고 그러오

    아무리 가르쳐도 프롤레타리아트 운동에서 멀어지지 않는

    그대들은 지금도 여전히 독일에는 두 종류의 인간이

    즉 착취하는 자와 당하는 자가 있고

    계급 투쟁만이 도시 또는 농촌의 대중을

    비참으로부터 해방할 수 있다는 생각을 바꾸지 않고 있소

    곤봉으로 난타를 당하고 거꾸로 공중에 매달려도 들리는 바에 의하면 그대들은

    끝내 말하려고 하지 않는다 하오

    둘 더하기 둘은 이제 다섯이다라고

    이렇게 하여 그대들은

    사라져 갔소 그러나


    잊혀지지는 않을 것이오

    두들겨 맞으면서도 그러나

    의지만은 꺾이지 않고

    교정불능으로 계속해서 싸우고 있는 모든 사람들과 함께

    어디에 있어도 진리를 버리지 않았던

    그대들이야말로 미래의 독일을

    진실로 이끌어갈 것이오.


    -<아침저녁으로 읽기 위하여> 특별판 29p



    객관적인 사람들에 대해서


    1

    부정과 싸우는 사람들이

    상처 입은 그 얼굴을 드러낼 때

    안전한 곳에 있었던 사람들의 초조감은

    크다.


    2.

    "왜 불평을 늘어놓는가"라고 그들은 묻는다

    "당신들은 부정과 싸우지 않았는가! 그리고 지금

    당신들은 패배했다 그러므로 무슨 할 말이 있는가!"


    3

    "싸우는 사람은"하고 그들은 말한다 "당연히 패배하기도 한다

    싸움을 추구하는 자는 위험에 직면하고

    폭력으로써 행동하는 이상

    폭력에 죄를 씌워서는 안 된다"고.


    4

    아 벗들이여 당신들 안전한 사람들이여

    뭣 때문에 그런 적의를? 우리들이

    당신들의 적이란 말인가 부정을 적으로 삼고 있는 우리가?

    부정에 항거하는 투사가 패배해도

    부정이 옳은 것은 아니잖는가!!


    5

    우리들의 패배가 증명

    하는 것은 다만 하나 우리들이 너무

    소수라는 것이다

    속물근성에 반대하여 싸우는 사람들은

    그리고 우리들은 기대한다 방관자들에게

    적어도 부끄러워할 줄이나 알라고.


    -<아침저녁으로 읽기 위하여> 특별판 44p



    바이마르 헌법 제2조


    1

    국가의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그런데 나와서 어디로 가지?

    그래 도대체 어디로 가는 거지?

    아무튼 어딘가로 가기는 가겠지?

    경찰이 건물에서 줄줄이 나온다.

    -그런데 나와서 어디로 가지?

    그래 도대체 어디로 가는 거지?

    아무튼 어딘가로 가기는 가겠지!


    2

    보라 거래한 무리가 행진하고 있다

    -그런데 어디로 행진하지?

    그래 어디로 행진하는 거지?

    아마 어딘가로 행진하기는 하겠지!

    지금 국회 주위를 돌고 있다

    -그런데 돌아서 어디로?

    그래 돌아서 어디로?

    아마 돌아서 어딘가로는!


    3

    갑자기 국가의 권력이 멈춘다

    뭔가 나란히 서 있다

    -무엇이지 그곳에 나란히 서 있는 것이?

    글쎄 뭔가 나란히 서 있기는 서 있다

    그러자 갑자기 국가의 권력이 고함친다

    고함친다 즉각해산이다!

    어째서 즉각해산이지?

    닥쳐 즉각해산이다!


    4

    그러나 뭔가는 여전히 그곳에 존재한다

    왜? 그 뭔가가 말한다

    왜 저놈이 왜라고 말하는가?

    저런 놈이 왜라고 말해?

    그리고 국가의 권력은 발포한다

    그러자 뭔가 쓰러진다

    도대체 뭐가 쓰러지지?

    왜 금방 끄러지는 거지?


    5

    뭔가가 누워 있다 진흙탕투성이가 되어

    진흙탕투성이가 되어 누워 있다!

    무엇이 무엇이 누워 있는가?

    무엇인가가 누워 있다

    그곳에 무엇인가가 누워 있다 숨이 끊어진 채

    그러나 그것이야말로 국민!

    진짜로 그것이 국민?

    그렇다 진짜로 국민이다.


    -<아침저녁으로 읽기 위하여> 특별판 48p



    독일 전쟁 안내


    고상한 사람들 사이에서는

    먹는 것에 관해서 이야기하는 것은 천한 일이다

    왜냐하면 놈들은

    이미 먹고 있기에


    천한 사람들에게는 지상에서 사라지는 날까지

    상품의 고기는

    한 점도 입에 들어가지 않는다


    청명한 날 황혼 무렵에

    인간은 어딘가에서 왔다가 어딘가로 간다고

    명상하기에는 그들 천한 사람들은

    너무나 지쳐 있는 것이다

    산맥도 바다도

    보지 못하는 사이에

    그들의 해는 저물어간다


    천한 사람은

    천한 것을 생각하지 않으면

    고상하게 되지 않는다.


    (중략)


    식탁 위의 고기를 약탈한 놈들이

    안빈낙도를 가르친다

    남을 희생시켜 벌어들인 놈들이

    희생정신을 요구한다

    끊임없이 먹고 있는 놈들이 주린 사람드렝게

    다가오는 위대한 시대에 관해서 이야기한다

    국가를 파멸의 구렁텅이로 빠뜨린 놈들이

    단순한 사람에게는

    정치란 어려운 것이라고 말한다


    -<아침저녁으로 읽기 위하여> 특별판 59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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