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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침저녁으로 읽기 위하여> "당신이 필요해요"
    독서일지 2018. 5. 28.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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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침저녁으로 읽기 위하여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나에게 말했다.

    "당신이 필요해요"


    그래서 나는 정신을 차리고

    길을 걷는다

    빗방울까지도 두려워하면서

    그것에 맞아 살해되어서는 안 되겠지에


    브레히트


     알라딘에서 김남주 번역 시집 <아침저녁으로 읽기 위하여> 리커버 특별판을 구매했습니다. 알라딘의 BORN TO READ 프로젝트 32탄으로 1988년 첫 출간된 <아침저녁으로 읽기 위하여>를 특별판으로 제작, 3천부 한정판매 중입니다. 특별판이 아닌 시집의 표지가 궁금해 찾아보니 <아침저녁으로 읽기 위하여>는 김남주 번역시집2이며, 김남주 번역시집1은 <은박지에 새긴 사랑>이네요. <아침저녁으로 읽기 위하여>가 주는 울림이 커서 <은박지에 새긴 사랑> 시집도 읽어보고 싶으나 오랫동안 품절인 상태인 것 같습니다. 언젠가 꼭 만날 수 있겠죠!


     5월 알라딘 굿즈로 출시된 책쿠션과 책베개가 다들 너무 예뻐서 하나하나 자세히 보다가 '아침저녁으로 읽기 위하여' 시를 알게 되었습니다. 시가 주는 울림 때문에 다른 굿즈들은 눈에 들어오지 않게 되었고 결국 <아침저녁으로 읽기 위하여> 포함 국내도서 3만원 이상 시 증정하는 유리컵과 함께 책쿠션까지 들이게 되었습니다. 시집과 함께 3종 세트를 이루어 마음이 풍성해졌습니다. 한장 한장 아껴 읽어가며 '아침저녁으로 읽기 위하여'만큼 울림을 주는 시를 만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시집 속의 시들을 읽을수록 마음이 무거워지고 함께 공부해야겠다 싶은 것들이 많아집니다. 시대적인 배경을 몰랐을 때는 빗방울이 마치 총알처럼 느껴지는 감성이 울림을 주었는데, 전쟁의 배경에서 쓰여진 시들을 담은 시집이라는 걸 알고나서는 또 다른 느낌을 줍니다. 



    "촛불은 시이다. 이제 시를 다시 읽는다. 미래를 위해서……." -박광숙


     故 김남주 시인은 옥중에서 교도관 두 명에게 몰래 펜과 종이를 얻어 자신의 사상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저항시인들의 시를 번역한다. 이후 이 교도관들의 도움으로 번역 원고를 밀반출해 책으로 출간하게 된다. <아침저녁으로 읽기 위하여>(1988년 초판 출간)는 김남주 시인이 옥중에 있을 때 출간되었으며, 1995년 김남주 시인 추모 1주기를 맞아 <은박지에 새긴 사랑>(번역 시집1), <아침저녁으로 읽기 위하여>(번역 시집2)가 출간되었다. 이 책은 95년도에 출간된 <아침저녁으로 읽기 위하여>를 재구성해 특별 한정판으로 출간한 것이다. 2016년에서 2017년으로 넘어가던 그 겨울의 촛불과 풀어야 할 숙제들은 김남주 시인이 번역한 이 시들이 늘 그래왔듯이 지금도 우리 안에 있음을 되새기게 한다. 다시는 반복되지 말아야 할 역사의 쓰라린 상흔을 기억하며, "이제 시를 다시 읽는다."


     "방금 저는 외국어를 통해서 세계를 바르게 인식했다고 말씀드렸습니다만, 그 바른 인식의 내용은 구체적으로 말씀드려서 인간관계와 사물과의 관계를 유물변증법적으로, 계급적인 관점으로 보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문학의 방면에서 특히 저는 그러했습니다. 하이네, 아라공, 브레히트, 마야곰스키, 네루다(주로 이들의 작품을 일어와 영어로 읽었지만)의 시 작품을 통해서 저는 소위 시법이라는 것을 배웠습니다. 그것은 현실을 물질적인 관점에서 그것도 계급적인 관점에서 묘사하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그들의 작품을 읽으면서 다음과 같은 생각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문학의 생명은 감동에 있다. 그런데 그 감동은 어디서 오는가? 그것은 진실에서 온다. 진실은 그러면 어디서 오는가? 적어도 계급 사회에서 그것은 계급적인 관점에서 인간과 사물을 읽었을 때이다'라고 말입니다. 문학의 예술성이 언어에 힘입은 바 절대하다 할 정도는 아니라도 대단하기는 하지만 그 언어 자체도 계급적인 각인이 찍혀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문학의 예술성에도 위의 제 생각이 일차적으로 적용되어서는 안 되는가 하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또 저는 외국어를 배우면서 우리의 현실을 잘 이해하게 되었고 이해된 현실을 잘 묘사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여기서 잘 이해하고 잘 묘사할 수 있었다는 것은 바르게 이해하고 바르게 묘사했다는 뜻입니다."


    -1988년 5월 23일, 김남주 시인이 염무웅 문학평론가에게 누런 마분지에 깨알 같은 글씨로 적은 옥중 편지


     어떠한 타협주의 · 기회주의도 용납지 않았던 완강함, 조국과 민중을 향한 사무치는 애정, 그러면서도 순박하고 겸허했던 그의 인품, 무엇보다도 그의 절정에 이른 노래들은 이상적 사회를 지향하는 모든 세대의 사람들에게 영감을 일으키고 힘과 용기를 주는 꺼지지 않는 불길로 영원히 타오를 것이다. 그런 점에서 김남주의 이름은 이미 그의 시의 선배들인 하이네, 브레히트, 마야콥스키, 네루다의 반열에 올라있다.


    -염무웅(문학평론가) 해설 中


     책의 소개와 해설을 통해 김남주 선생님과 시집 <아침저녁으로 읽기 위하여>에 대해 알아갈수록 한 권의 시집이 소중해지는 것 같습니다. 1995년에 출간된 시집의 추천글에서도 염무웅 평론가님의 글을 볼 수 있었는데, 감히 헤아려 볼 수 없는 마음을 계속 그려보게 됩니다.


    '번역원고를 들키면 빼앗길지도 모르고 도대체 펜과 종이조차 제대로 주어져 있지 않은 상황에서 온 정신을 집중하여 하이네를, 브레히트를, 네루다를 번역하고 있는 한 사람을 생각해보라. 아마 이것은 세계 번역사에 남을 참혹하게 위대한, 최악의 고통 속에서만 솟아오를 수 있는 영광의 한 페이지일 것이다' -염무웅



     시집에 담긴 시를 다 읽는데 오래 걸릴 것 같습니다. 생각했던 것 보다 더 천천히 곱씹으며 읽어야 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책 뒷편의 해설을 펼치려다 해설의 몇 페이지 앞에 있던 시를 펼치게 되었습니다. '인생 항로' 역시 마음에 남아 함께 남겨두고 포스팅 마무리합니다.


    인생 항로


    웃음과 노래 반짝이며 흔들리는

    햇살 파도는 환희의

    배를 흔들고 나와 친구들은

    내 배에 탔으니 유쾌했다


    배는 난파당해 산산조각이 났다

    친구들은 헤엄치기가 서툴러

    조국의 바다에 잠겨버렸고

    폭풍은 나를 밀어 올렸다 센강 변에


    나는 새로운 동지들과

    새로운 배에 탔다

    이국의 파도는 나를 이곳저곳으로 데리고 다녔다

    아 먼 고향 괴로운 내 마음


    다시 또 노래와 웃음

    바람이 울부짓고 뱃전이 삐그덕거린다

    하늘에는 최후의 별마저 사라진다

    아 괴로운 마음 먼 고향


    하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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