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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만나고 헤어지는 것이 이렇게 어려웠던가> 내 안의 은밀한 동반자와 만나는 시간독서일지 2018. 5. 27. 05:35반응형
<만나고 헤어지는 것이 이렇게 어려웠던가> 근래 읽었던 책들 중 제목이 가장 아름다운 책이었습니다. 이미 2016년에 출판된 책이지만 뒤늦게 읽어보았습니다. 요즘 감성을 자극하고 또 위로하는 책들이 많이 나오는데, 가끔 제목에 낚여 책을 보는 내내 더 지치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 책은 제목 그 이상의 잔잔함과 감동이 있습니다. 강력 추천! '관계 맺기 심리학'이라고 소개되는 <만나고 헤어지는 것이 이렇게 어려웠던가>는 섣부른 위로나 충고를 하거나 딱딱한 심리학 책이 아닙니다. '어서와, 은밀한 동반자는 처음이지?'라고 말하며 부담스럽지 않게 반갑다고 손짓하는 책으로, 은밀한 동반자라는 낯설고 한편으론 유치하다고까지 생각되는 11가지의 동반자들이 나옵니다. 평가자, 경고자, 신호전달자, 연결자, 공감자, 비교자, 자극자, 의지관철자, 권력자, 통제자 등등 이들을 사회적 동물인 각 사람의 내면, 그리고 사람과 사람 사이의 수많은 메커니즘 사이에 존재하는 '은밀한 동반자'라고 부릅니다. 읽는 동안 드라마 <킬미힐미>가 많이 떠오르더라구요. 어느 하나가 우리 모습의 전부가 아니기에 각각 어떤 특성을 가지고 언제 어떻게 모습을 드러내는지 살펴보는 재미가 있는 책이었습니다. 또한 인간의 기분 상태를 갈등모드, 회피모드, 호의모드 세 가지로 나누어 은밀한 동반자들이 이런 기분 상태와 어떻게 상호작용을 하는지에 대한 이야기들도 재밌었습니다. 아마 대학교에서 심리학 강의로 이렇게 어마어마한 내면의 존재들을 배운다면 지칠 지도 몰라요. 하지만 책의 문체를 비롯해 분위기가 정말 따뜻한 책이었기 때문에 한 장 한 장 부드럽게 넘겨가며 읽을 수 있었습니다.
인생의 암울한 계곡에 내던져졌을 때는 마음껏 분노하고 실망하고 슬퍼하라고 합니다. 장애물을 만났을 때 감정을 억제해가며 건강을 해치지 말고 분에 못이겨 발을 동동 구르거나 투털거리라고 합니다. 그러면 몸에서 코티솔이나 노르아드레날린 같은 스트레스 호르몬이 분비된다고 해요. 이 호르몬들은 장애물을 극복하기 위한 에너지를 만들어준다고 해요. 책을 읽으면서 심리학 책으로 부담스럽지 않고 그 이상의 잔잔한 감동을 느낄 수 있었던 이유가 '인생의 암울한 계곡에 내던져졌을 때'와 처럼 아픈 문장들이 꼭 아프게만 와닿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한편으론 소설책을 보는 것처럼, 남의 얘기처럼 읽어나가다가 또 내 얘기처럼 너무나 와닿는 부분이 있을 때는 마음이 와르르 무너지기도 했습니다. 장애물과 불운을 부담스럽게 여기기보다는 자신을 더욱 강하게 만들어줄 훈련의 일환으로 여기라는 말도 자기계발서에서 흔하게 보는 말이지만 은밀한 동반자를 생각하며 읽어가니 마음에 크게 와닿더라구요.
책 내용 중에서 침팬지들이 서로 이를 잡아주는 행위에 대한 부분이 재밌었습니다. 침팬지들은 서로 이를 잡아주며 행복호르몬을 분비시킨다고 해요. 그래서 엔도르핀을 억지로 차단시키면 침팬지들은 즐거움과 행복을 되찾으려고 더 광적으로 이잡기에 몰두 한다고 합니다. 이를 잡는 서로 간의 애착을 끈끈하게 해주는 호르몬인 옥시토신 분비도 촉진시킨다고 합니다. 갑자기 동물 얘기가 나와서 당황하기도 했었는데, '이 잡기'가 사람들 사이에도 있었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이 몸에 이물질을 가득 묻혀 왔을 때 이게 뭐냐며 툴툴 털어주고 '이 잡듯이' 하나하나 찾아 떼어주던 순간, 있지 않나요? 이미 지나간 순간들에 대한 슬픔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름답고 소중했던 시간에 대한 그리움이 물씬 풍겨지는 부분들이 많았습니다.
인생에서 이별은 피할 수 없습니다. 지금껏 우리가 살펴본 인간관계의 결말도 바로 이별이지요. 사람들 사이를 연결해주는 내면의 동반자들이 물러난 뒤, 언젠가는 그 연결선을 파괴하는 동반자들이 등장합니다. 우리가 아무리 최선을 다해 노력해도, 끝내는 그들이 나타나 모든 것을 망쳐버립니다. 상대방의 첫인상과 상대방에게 첫 마디를 건네기 전의 두려움과 떨림은 깨끗하게 잊힙니다. 가슴 깊이 일렁이던 설렘은 흔적도 없이 사라집니다. 엔도르핀 분비가 멈추고, 신뢰는 끝이 나며, 감정이입도, 상대방에 대한 공감과 기분 좋은 느낌도 사라집니다.
그러다 보면 서로 어울리던 관계는 서서히 맞서는 관계로 변합니다. 그러다 결국은 갈라서는 것으로 끝을 맺습니다. 그러나 탁월한 자아계발자에게는 그 이별이 마냥 슬프게 다가오지만은 않습니다. 당신은 이미 일어난 일은 일어난 일이라는 깨달음을 마음속 깊이 새겨서 내적으로 단단히 무장하고 있으니까요. 그리고 타인과의 연결고리는 언제든 다시 매듭이 풀릴 수 있다는 사실도 알고 있습니다. 헤어짐도 결국은 인생의 굴곡을 이루는 일부분입니다.
이별이 어려운 이유는 상대방에게 상처를 주고 싶지 않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상대방이 완전히 무너지지는 않을지, 분노를 터뜨리거나 눈물을 쏟고 온몸을 떨며 괴로워하지는 않을지 두려워합니다. 무엇보다도 상대방의 비난으로 인해 양심의 가책을 느낄 때, 또는 제발 떠나지 말라고 울고불고 매달리는 그를 보며 연민을 느낄 때가 가장 힘겨운 순간입니다.
-<만나고 헤어지는 것이 이렇게 어려웠던가> 중에서-
결국 관계의 결말은 이별, 한쪽이 억지로 끈을 잡고 놓지 않으려고 해도 소용없는, 끈이 탱탱해질수록 끝까지 끝을 잡고 있는 쪽이 더 아파지는 결말. 처음에는 다소 유치하다고까지 느껴졌던 은밀한 동반자 녀석들마저 어디론가 쏙 들어가버린 것만 같은 슬픈 부분이었습니다. 어쩌면 한 번은 글로 읽어내서 해소하고 싶었던 묵은 감정들과 마주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습니다. 설렘이 멈추고, 신뢰가 끝나고, 감정이 사그라드는, 어느 쪽도 마음이 편하지 않은 그 순간순간들이 떠오르거라구요. 혹시나 흘려보내지 못하고 그냥 덮어둔 채 무감정으로 살아가고 있는 분들은 <만나고 헤어지는 것이 이렇게 어려웠던가> 읽어보시길 바랍니다. 이별로 인한 슬픔, 분노, 그 밖의 스트레스들이 오랫동안 지속되면 뇌에서 다양한 사고를 조합하는 '해마'라는 영역이 작아진다고 해요. 이미 지나가버린 일, 우리 모두 쪼그라든 해마에 슬픔이든 기쁨이든 후회든 뭐든 가득가득 먹여서 다시 키워보자구요. 언젠간 봄바람도 여름 비냄새도 가을 공기도 눈의 따뜻함도 하나하나 느낄 수 있는 날이 올 겁니다. 그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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