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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름다운 책 <우리는 언젠가 만난다>
    독서일지 2018. 5. 29. 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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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살아 있는 동안, 빛나라.

    그대여 결코 슬퍼하지 말라.

    인생은 찰나와도 같고,

    시간은 마지막을 청하게 되니.


    -세이킬로스의 비문에 새겨진 노래


     <우리는 언젠가 만난다>를 읽었습니다. 채사장 작가님의 책들을 모두 좋아하는데 그 중 이 책이 가장 소중해질 것 같습니다. <지대넓얕> 두 권은 '아, 세상이 이렇구나' 눈 뜨게 해 준 책이라면, <열한 계단>은 앞으로 공부할 수 있는 것들이 얼마나 많은지 알게 해준 책입니다. <우리는 언젠가 만나다>는 이전 책들과는 느낌이 많이 다른, 그냥, 아름다운 책이라고 말하고 싶어요.

     별에 대하여, 관계에 대하여, 이별에 대하여, 연애에 대하여, 흔적에 대하여, 인생에 대하여, 노력에 대하여, 개에 대하여, 던져진 세계에 대하여, 시간에 대하여, 통증에 대하여, 이야기에 대하여, 믿음에 대하여, 진리에 대하여, 현실에 대하여, 언어에 대하여, 꿈에 대하여, 죽음에 대하여, 노화에 대하여, 환생에 대하여,영원에 대하여. 나, 세계, 우리가 촘촘히 연결된 자기 안의 우주, 결론에 대하여. 40가지의 다른 이야기들이 나, 타인, 세계를 이어주고 있습니다. '사랑은 떠나고 세계는 남는다', '매듭을 이어 고리를 만든다', '우리는 떠날 때에야 비로소 정착한다', '모든 관계는 통증이다', '꿈이 삶을 가르친다' 각 챕터의 소제목들이 마음을 울리고 그에 관한 채사장만의 이야기들을 들려줍니다.



     유신론자와 무신론자는 다른 세계에 산다. 우선 유신론자의 세계에는 신이 실재한다. 신은 언제나 어디에서나 그를 지켜보고 보호하며 말을 건넨다. 유신론자의 세계에는 신은 망상이 아니라 실제로 존재하며, 인산의 삶에 구체적이고 분명한 영향을 미친다.

     반면 무신론자의 세계는 그렇지 않다. 무신론자의 세계에 신은 없다. 그의 세계에도 신이라는 용어가 있고, 관련된 문학이 있고, 종교 현상이 있고, 교회나 성당이 있겠지만 어떤 초월적 존재로서의 신이 실재하는 것은 아니다. 그를 지켜보고 보호하며 말을 건네는 무엇은 존재하지 않는다. 세계는 물질과 인과법칙의 작용으로 움직일 뿐이다.

    -<우리는 언젠가 만난다> 中 이별에 대하여: 사랑은 떠나고 세계는 남는다


     '사랑은 떠나고 세계는 남는다' 세계가 자아와 무관하게 객관적으로 존재한다고 믿는 사람들, 반대로 세계가 자아와 독립해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나의 주관에 의해 해석된 무엇이라고 보는 사람들. '실재론자'와 '관념론자'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하여 유신론자의 세계와 무신론자의 세계에 대한 이야기로 이어져 결국은 나와 타인의 만남, 세계와 세계의 충돌에 대해 말합니다. 결국 다시 혼자가 되었을 때, '시간이 흘러 마음의 파도가 가라앉았을 때, 내 세계의 해안을 따라 한번 걸어보라' 두 세계가 충돌하고 폭풍같은 시간이 지나 파도마저 잠잠해졌을 때 이전과 같지 않은 나의 세계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됩니다. 다음 챕터인 '연애에 대하여: 화장실 세면대를 붙잡고 울어본 적 있는가'에서 답을 찾을 수 있고, 또 나만의 답은 무엇인지에 대해 곰곰히 생각해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원래 그런 거다. 나도 그녀도 그렇게 느꼈을 거라 믿는다. 원래 그런 거다. 세상에는 끊임없이 새로운 존재가 태어나고 어쩔 수 없이 자기만의 시간을 고스란히 지내야만 한다. 그것은 가르쳐준다고, 알려준다고 어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오랜 시간 세상을 살아가며 얻게 된 소중한 경험과 이해는 오래 산 존재들과 함께 침묵 속으로 사라지고, 세상은 이 세상이 처음인 싱싱한 존재들이 장악한다.

    -<우리는 언젠가 만난다> 中 개에 대하여: 세상은 왜 새롭고 아름다운가


     동네 산책을 할 때마다 짖던 강아지가 자라나 더 이상 나를 봐도 짖지 않습니다. 그 강아지는 어느새 어미가 되고 새끼를 낳습니다. 어느 날 다시 나를 향해 짖는 강아지가 생기고, 낯선 세계를 향한 짖음이 무엇인지 아는 어미개와 나는 어린 존재의 짖음 위로 눈을 맞춥니다. 결국은 살아보며 스스로 알아가야 하는 것들에 대해, 그렇기 때문에 새로워지는 세상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만약 용기를 내어 빼어든 몇 권의 고전이 생각보다 읽히지 않고 어렵게 느껴진다 하더라도 당황할 필요는 없다. 그것은 그 책이 대단한 무엇이기 때문이 아니라, 단지 그 책이 당신의 체험보다 앞서 도착했기 때문이다. 가까운 시기에 자연스럽게 도래할 당신의 체험이 언젠가 그 고전을 다시 펼쳤을 때 당신을 어려움 없이 그 안으로 들어갈 수 있게 할 것이다.

     그래서 행운이다. 당신이 충분히 나이가 들었다는 것은. 서른을 넘기고, 마흔을 넘기고, 노동을 하고, 사람들을 만나고, 사회의 부조리와 대면하고, 사랑하는 사람을 돌보고, 이별하고, 삶의 누추함과 고통을 이해하게 되었다는 것. 그것은 당신이 이제야 비로소 인류가 오랜 시간에 걸쳐 남겨온 보석 같은 고전들을 읽을 준비가 끝났음을 뜻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언젠가 만난다> 中 언어에 대하여3: 책을 읽는다는 것


     책을 읽는다는 것, 그 중에서도 오래된 고전을 읽는다는 것에 대해 생각해봅니다. 늘 같은 부분에서 막혀 덮었다가 처음부터 다시 보기를 세 번, 네 번. 결국 다른 책들에 밀려났지만 언젠가 아무렇지 않게 또 펼쳐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눈을 뜬 상태로 한참을 누워 있었다. 긴 여행에 지친 것만 같았다. 심장 근처에 남은 아련함이 느껴졌다. 그리고 이내 슬퍼졌다. 꿈이었다니. 그렇게 마음을 썼는데, 실제로는 아무것도 없었던 것이다. 눈이 내린 러시아의 거리도, 화창한 하늘도, 흰색의 계단도, 담요도, 음식도, 그의 친절도, 처음부터 없었던 것이다.

     이때의 강렬한 체험과 허망함의 감정은 며칠을 두고 지속되었다. 그리고 점차 감정의 농도가 옅어졌을 무렵 나는 이해하게 되었다. 두 세계가 다르지 않다는 사실을.

     꿈과 현실이라는 두 가지 세계는 동일한 것일지 모른다. 꿈속에서 마음을 썼던 감정들이 꿈에서 깨어남과 동시에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되는 것처럼, 현실에서 집착하던 감정들은 죽음과 함께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사라지고 말 것이다. 꿈이 아무런 기반도 없는 환영인 것처럼 현실도 실제로는 아무런 기반을 갖지 않는다.

     꿈은 매일 우리를 가르친다. 아무것도 없음을. 실체도, 기반도, 남은 것은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나쁜 것만은 아니다. 삶이라는 꿈에서 깨어나는 순간, 이곳과는 다른 곳에서 꿈은 또 다시 이어질 것이고, 우리는 다시 한 번 허구의 세계 속에서 휘둘리고 마음 쓰는 가운데, 이곳에서의 허망함을 기억하지 못하게 될 테니 말이다.

    -<우리는 언젠가 만난다> 中 꿈에 대하여: 꿈이 삶을 가르친다


     '꿈이었다니. 그렇게 마음을 썼는데' 이 책에서 가장 마음이 아프고 위로받았던 부분입니다. 꿈에서 깨어나 어떤 아픔인지도 모른 채 멍하니 있던 시간들이 떠올랐습니다. 고작 꿈이었다는 걸 알기까지, 마음졸이며 아등바등 했던게 다 소용없는 일이라는 걸 받아들이기까지, 그저 멍한 눈으로 바라보았던 새벽의 시간들. 이젠 세상에 없으면서 꿈 속에 나타난 사람에게 배신감을 느껴야 하는지, 그런 꿈을 꾼 나에게 배신감을 느껴야 하는지, 마음은 한없이 지치고 몸마저 피곤하게 축 늘어졌다가, 어느날은 펑펑 울었다가, 또 어느 날은 꿈이 꿈이라는 걸 알고 그저 옆에 있음을 느끼며 깨지 않기 위해 숨조차 조심조심 쉬었던 시간들. 그 아픔이 억울함이었구나, 그렇게 마음을 썼는데 결국 꿈일 뿐이었다는 배신감에서 오는 억울함과 허망함이었구나 알게 되었습니다. 왜 아파했었는지를 알게 되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되는 일들이 있는 것 같습니다. 꿈이었다는 단순한 사실보다, 꿈 속에서 끙끙대고 함께 있기 위해 함께 하기 위해 애썼던 일들이 '결국은 그 사람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만으로 아무것도 아닌 게 되어 참 많이 아팠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처음부터 그 사람이 없었던 나의 세계와 그 사람이 머물다 떠난 나의 세계는 다르다는 것을 <우리는 언젠가 만난다>를 통해 알 수 있었고 느낄 수 있었습니다. 양철나무꾼처럼 심장을 얻기 위해 아등바등하는 것보다 그냥 살아가느라 아등바등하는 것이 더 낫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그러던 어느 맑은 날, 세이킬로스는 자리에서 일어난다. 그리고 아내를 떠나보낸 슬픔이 이제 그의 가슴에서 충분히 영글어, 꺼지지 않는 별이 되었음을 알게 된다. 이제 그는 세상에 대한 집착을 넘어 인간 보편의 모습을 본다. 인생과 죽음 그리고 영원을 보는 것이다.'

    -<우리는 언젠가 만나다>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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