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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행 에세이 책 <백만장자와 함께한 배낭여행> 백만장자와 함께 떠났지만 돈이 전부가 아닌 여행
    독서일지 2018. 5. 17.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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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약에 취해 침대에 쓰러져 있는 선생이 어딘지 측은하다. 이제는 선생이 자신을 뒤쫓는 시간이라는 괴물에게서 좀 풀려났으면 하고 바라본다. 하지만 이번 여행 내내 그럴 수는 없을 것 같다. 우리는 서툰 여행자이고 유럽의 기차는 정시에 출발하니까. 늘 서두르고 발을 동동거려야 할 테니까.

    -<백만장자와 함께한 배낭여행> 중에서-


     <백만장자와 함께한 배낭여행>을 읽었습니다. 오랜만에 여행기를 읽으며 힐링하고 싶어서 여행 에세이 책들을 장바구니에 마구마구 담아봤습니다. <난방비 무서워 떠난 동남아 10국 방랑기록>이라는 책도 함께 구매하게 되었습니다. 한 권은 백만장자와 함께한 여행기, 다른 한 권은 난방비가 무서워 떠나게 된 여행기입니다. 극과 극의 여행이야기를 볼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에 기대감이 수직상승! 4년 전 유럽 배낭여행을 다녀온 적이 있습니다. 젊음만 믿고 떠난 짠내나는 궁상여행이여서 백만장자는 어떻게 여행을 할까 하는 설렘으로 <백만장자와 함께한 배낭여행>을, 그리고 정말 난방비만 아끼면 동남아 10개국을 여행할 수 있을까 하는 설렘으로 <난방비 무서워 떠난 동남아 10국 방랑기록>을 읽었습니다. 두 권 모두 예상을 빗나갔으며 여행기 내용도 재밌었지만, 좀 더 감동적이었던 <백만장자>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백만장자와 함께한 배낭여행>은 마흔여섯에 꿈을 위해 백수가 된 강호 작가님이 편집장 시절 인연을 맺은 주식 백만장자 박성득 선생님과 함께한 38일 간의 배낭여행을 담은 이야기입니다. 백만장자는 비용은 걱정하지 말라며 유럽여행을 제안합니다. 하지만 백만장자의 여행이라고 해서 호화스럽지 않습니다. 여행 중에도 주식을 체크해야 하는 백만장자 때문에 저녁을 거르고 숙소로 일찍 들어오기도 하구요, 여행의 모든 계획과 예산을 맡은 강호 작가님은 백만장자에게 빈틈없는 회계 보고를 하기 위해 영수증 한 장 허투로 버지리 못합니다. 백만장자와 함께 떠난 여행이 왜 이리 깐깐한가! 호화스러운 식사는 마음껏 구경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왜 이런가 실망하려는 찰나, 인생을 먼저 산 선배이지만 여행을 함께하는 친구에게 물고기를 잡아주지 않고 물고기 잡는 방법을 알려주고 싶은 백만장자의 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강호 작가님은 도저히 예상하지 못하는 사건들을 오직 '감'만으로 알아차리는 백만장자의 모습들도 재밌었습니다. 신이 들린 것 같이 위기를 척척 예상하고 대처하는 모습이지만, 사실은 오랜 인생 경험들로 부터 얻은 지혜들이었습니다. 유럽까지 여행을 떠나서도 백만장자는 여전히 주식 그래프를 살펴보고 있고, 강호 작가님은 여전히 글을 쓰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여행은 결국 나의 전부를 다 가지고 가는 것이구나 생각이 들었습니다. 홀가분한 마음으로 떠났지만 결국은 나일 수 밖에 없는 모습들, 그래서 더 편하게 와 닿았던 여행에세이입니다.


     향긋한 빵 굽는 냄새를 맡으며 어린 시절의 아련한 추억을 떠올릴 수 있는 사람은 행복한 유년을 겪은 이일 것이다. 하지만 어떤 이에게는 미칠 것 같은 허기를 연상시키기도 한다.

    -<백만장자와 함께한 배낭여행> 중에서-


     본격적으로 런던 여행을 시작하려는 두 사람. 하지만 유명한 관광지에서 붐비는 여행자들 사이에서 백만장자는 울컥 눈물을 쏟게 됩니다.  "그래, 셜록 홈스. 그렇게 유명하다는 사람을 난 육심이 다 되어가는 오늘 처음 들었어요. 강국장님이 줄 서 있을 때 설명해주는 내용을 들으면 호기심이 들끓는데, 알고 싶은데, 너무 모르는 게 많은 거야. 억울했어요. 그리고 비틀즈숍에서 들려오던 그 가락이 날 가장 고통스러웠고 예민했던 시절로 끌고 갔어요. 화가 났고 답답했지. 아무리 그런 내 마음을 설명하려 해도 십 분의 일, 아니 백 분의 일도 표현하지 못 할 거예요." 백만장자는 다시 젊은 시절로 돌아간다면 시간을 쪼개서 꼭 영어공부를 하겠다고 합니다. 시간에 쫓겨 앞만 보고 달리던 자신의 젊은 시절 위로 비틀즈의 노래가 흘러가지만 영어 가사가 무슨 뜻인지 모르는 슬픔이, 여행자들이 모두 들뜬 얼굴로 들어서는 셜록 홈즈 박물관과 기념품샵에서 그들의 열정에 동화될 수 없는 허무함이 어떤 마음일지 알 것 같아 마음이 아려왔습니다. 많은 돈을 가졌지만 다시 되찾을 수 없는 시간이 아쉬운 것이겠지요. 어떤 마음인지 감히 알 것 같다고 하기에도 죄송할 만큼 슬펐습니다. 여행 에세이는 어쩔 수 없이 작가 개인의 얘기가 담길 수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다른 책들보다도 더 마음이 가기 마련인데요, 박성득 선생님의 지난 이야기에는 더욱 마음이 가고 또 얻을 수 있는 교훈도 많았던 것 같습니다. 요식업으로 성공 가도를 달리다가, 스스로 손님들을 돈으로 계산하며 대하고 있는 자신의 모습에 회의감을 느껴 식당 문을 닫는 이야기는 특히 더 많은 생각을 하게 해주었습니다. 충분히 멋지게 살아오셨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백만장자와 백수 작가님 두 분 모두요. 처음엔 백만장자는 어떤 여행을 하나 하는 궁금함으로 책을 선택했는데, 결국은 인생에 대해서 삶을 살아가는 태도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할 수 있었던 책입니다. 또래들을 주로 만나며 다녔던 지난 배낭여행에서는 얻을 수 없는 느낌들, 다음 배낭을 쌀 때 꼭 다시 읽어보고 싶은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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