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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벽 세시, 공시생 일기> 결과보다는 그 과정에서 오는 위로와 공감을 주는 책
    독서일지 2018. 4. 27. 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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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강반에 입성해도 선생님 얼굴 보기는 하늘의 별따기. 오전 9시 수업이지만 입장 줄은 아침 7시부터 시작된다. 강의실은 6층인데 입장 줄은 금방 1층까지 내려온다. 특강의 경우엔 더 일찍, 더 오래 기다려야 한다. 여름엔 땀범벅, 겨울엔 오들오들. 기다리다 지친 몸을 이끌고 겨우 자리에 앉았지만, 아뿔싸! 하필 기둥 뒷자리. 한 공간에 있지만 선생님 얼굴은 실강반 안에 설치된 모니터를 통해 만난다.

    -<새벽 세시, 공시생 일기> 중에서-


     <새벽 세시, 공시생 일기>를 읽었습니다. 작년에 <혼술남녀>라는 드라마를 재밌게 봤었는데 드라마의 장면장면들이 많이 떠오르더라구요. 현재 방영중인 드라마 <추리의 영왕2>와 <라이브>에도 등장인물들이 경찰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모습들이 많이 비춰져서 책이 더 와닿았습니다. 현실에서 공무원 시험이 열풍인지라 드라마에서도 많은 부분을 다양한 시선으로 다루고 있는 것 같습니다. <추리의 여왕2>에서 유설옥(최강희)은 뛰어난 추리력으로 명예경찰이 되지만, 명예경찰이라는 이름표만 가지고 경찰서를 자유롭게 출입하지 못합니다. 사설탐정을 뛰어넘어 마음껏 경찰일을 하고 싶은 유설옥! 진정한 경찰이 되겠다는 꿈을 안고 뒤늦게 시험을 준비하는 모습이 비춰졌습니다. 어린 친구들 사이에서 기숙학원 생활을 하는 모습이 짠하기도 하고 재밌었습니다. 치열한 자리싸움 끝에 차지하게 된 자리는 강사의 얼굴이 보이지 않는 기둥 뒤입니다. 기둥 뒤에서 모니터를 통해 강의를 듣는 건 인강이나 마찬가지인데요, 그래서 이리저리 고개를 쭉쭉 빼내어 보지만 옆자리 수험생들에게 눈치를 받을 뿐입니다. 드라마를 보면서 설마 저러겠어? 생각했었는데, 정말 공무원 시험 준비 학원에서는 흔히 있는 일인가 봅니다. <새벽 세시, 공시생 일기>에도 나오는거 보면요. 여름에 땀 뻘뻘 흘리면서 줄 서고 겨울에 오들오들 떨면서 기다려 맡은 자리가 기둥 뒤라니. 너무한 것 같지만 어쩌면 그만큼 공무원 시험 열풍도 거세고, 공시생들의 열정이 대단한 것 같습니다. 공무원 시험에 관심을 가져본 적 없는 분들도 한 번 쯤은 주변에서 공무원 시험 권유를 받아본 적 있지 않나요? 저는 뭘 해야 할지 몰라서 헤매고 있을 때 어머니께서 권유했던 적이 있습니다. 공무원이 되고 싶다는 생각은 한 번도 해보지 않았는데 막막하던 때에 공무원에 대해서 들으니 해볼까 하는 생각도 들더라구요. 열심히만 하면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기회가 주어진다는 믿음이 막막한 마음에 한 줄기 빛이 된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정말 굳은 마음을 가지지 않고 섣불리 덤비기는 무슨 일이든 힘든 것 같습니다. 결국 공무원 시험에 도전하지는 않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벽 세시, 공시생 일기>를 읽으면서 공감가는 부분이 많았습니다. 자기 자신과의 싸움이 얼마나 힘든 건지 꿈을 가져본 사람들이면 책을 읽으며 공감가는 부분들이 많을 거예요. 열심히 앞만 보고 달려가자고 하루에도 수십 번 다짐하지만, 옆 사람의 점수에 더 관심이 가고 현실적으로 죄여오는 경제적인 부담에 부모님 눈치를 보게되고 이러다 이도저도 되지 않을까봐 걱정만 늘어가는 시간들. 꼭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지 않더라도 무언가에 열정적으로 매달려 본 분들은 공감이 되고 위로가 될 것 같습니다.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분들에게는 먼저 같은 길을 걸어간 선배의 조언이 와닿을 것 같고, 공무원 시험을 생각하지 않는 분들이라도 지금 하는 일에 자극을 받을 수 있는 좋은 책인 것 같습니다.


     '산다는 건 늘 뒤통수를 맞는 거라고. 나만이 아니라 누구나 뒤통수를 맞는 거라고. 그러니 억울해하지 말라고. 그러니 다 별일이 아니라고, 하지만 그건 육십 인생을 산 어머니 말씀이고 우리는 너무도 젊어, 모든 게 별일이다'라던 어느 드라마 대사처럼.  엄살 부리지 마라, 주어진 행복에 감사하라, 하지만 그건 오십 인생을 산 당신의 말씀이고. 도서관 옆자리에 있는 괜찮은 남자에게 눈이 가고 2년을 만난 남자친구에게 1분 만에 이별을 당한 지금, 세상에서 가장 불행한 사람이 된 것만 같고 친구의 대기업 입사 소식을 진심으로 축하하지 못하고 울리는 전화를 받지 못하고 이미 읽은 카톡을 못 본 척하면서 몇 남지도 않은 친구들마저 떠나갈까 봐 노심초사하는 우리는 너무나도 젊어, 모든 게 별일이다.

    -<새벽 세시, 공시생 일기> 중에서-


     위에 나오는 드라마 대사는 노희경 작가님의 드라마 <그들이 사는 세상> 속 대사입니다. 읽자마자 딱 알아챌 정도로 정말 반가운 대사였어요. 지금 방영중인 노희경 작가님의 드라마 <라이브>에서도 정유미를 비롯한 경찰 지망생들이 경찰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모습이 1화와 2화에 비춰졌습니다.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기 위해 자존심을 버리고 연락이 닿지 않는 아버지를 어렵게 찾아가 이천만원을 빌리던 정오(정유미)의 모습이 기억에 남네요. <새벽 셋, 공시생 일기>는 작가가 공시생 시절 블로그에 적었던 일기를 엮은 책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약해진 마음에 상처받았던 그런 기억들도 소소하게 나오는데요, 50대에 공무원 시험에 합격하신 분이 요즘 젊은 사람들은 고생을 안 해봐서 모른다는 말을 했다고 합니다. 늦었다고 생각하지 않고 부딪히고 도전하여 결국은 합격한 것이 대단합니다. 조언을 해주고 싶어 마음 상하라고 한 말은 아니었을 텐데 이리저리 치이다보니 그 말이 상처가 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보잘 것 없게 느껴지는 현실 때문에 별게 다 별일이 되는 움츠러든 마음이 공감이 가더라구요. 저는 책을 읽으면서 대학교 1학년 때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겠다고 휴학했던 기숙사 룸메이트가 생각났어요.  과는 달랐지만 첫 학기 내내 단짝처럼 붙어지내던 친구가 2학기에 갑작스럽게 휴학을 해버려서 어리둥절 하기도 했습니다. 친구라고 생각했지만 또 친구의 다른 고민을 함께 나누지 못했던 마음에 섭섭하기도 했고 조심스럽기도 했고, 결국 2학기가 끝나고 겨울방학이 되었지만 선뜻 연락하지 못하고 망설였던 저의 모습도 떠올랐습니다. 지나고 나니 별 일이 아닌데 왜 사소한 것들도 다 별일처럼 느껴졌는지. 시간이 흘러 친구가 결국 다른 길로 가야겠다고 했을 때 어설픈 위로 대신 그동안 잘했다고 말해주지 못한게 아직 마음에 남아 있습니다. 어렵게 들어온 대학생활을 잠시 접어두고 다른 길을 갔다가 돌아오는 것, 정말 큰 용기가 필요한 일이었을 텐데 조심스러운 내 마음만 챙기느라 어영부영 넘어갔던 게 아쉽습니다. 책을 쓴 저자분의 이야기를 따라가다가, 결국 합격했다는 걸 알게 되었을 때 그래서 더 괜히 위로가 되었어요. 다행이다 싶은 마음이었습니다. 앞으로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자극도 되었고, 또 나중에 아무것도 되지 못하더라도 지금 이 순간을 더 열심히 채우자는 다짐도 했습니다. 결국 공무원 시험에 합격을 했다는 결말보다, 하루에 열 시간씩 넘게 공부를 하고 난 후 지친 마음으로 일기를 써나가는 마음은 어땠을까 하는 생각에 감동했던 것 같습니다.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거나 관심 있는 분들은 가벼운 마음으로 읽어보시고 긍정적인 기운 듬뿍 받아가시길 바랍니다! 책의 뒷부분에는 공부 노하우와 경험에서 나온 따뜻한 조언이 있으니 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공시생, 예비 공시생 분들 모두 힘내세요! 잘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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