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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는 냥이로소이다> 냥이 만세님의 세상 참견기를 담은 책
    독서일지 2018. 4. 24. 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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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 전 진중권 작가님의 <고로 나는 존재하는 고양이>를 읽으면서 책의 마지막 부분에 등장한 고양이가 쓴 글을 보며 큰 재미를 느꼈습니다. 정말 고양이라면 노트북을 두드리며 글을 쓰고도 남지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에이, 무슨 고양이가 정말 글을 쓸 수 있겠어?'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역시 전지전능한 고양이느님은 노트북을 두드리며 글을 쓰셨더라구요. 그 결과물이 바로 <나는 냥이로소이다>입니다. <나는 냥이로소이다>는 고양이 웬만해선 중심을 잃지 않는 고양이의 바깥세상 참견기이며 고양이 '만세'님이 쓰신 책입니다. 감히 고양이의 능력을 의심한 죄, 만세님의 첫 작품을 열심히 읽으며 사죄하였습니다.

     국내 최초 고양이 저널리스트 만세님은 한겨레 공식 명예기자입니다. 국내 최초 동물기자이며 한겨레21에서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를 절찬리에 연재했고, 지금은 '육아냥 다이어리'를 연재하고 있습니다. 목욕을 싫어하고 병원가는 것은 더더욱 싫어하며, 자신보다 덩치가 작은 치와와 제리를 깍듯이 모시며 반려인의 아이 지우의 육아까지 맡고 있는데 시간을 쪼개서 연재를 하고 책으로 펴내기까지 하셨으니 감히 존경한다고 전하고 싶습니다.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인공지능이 등장해 인류를 점령하면 어떡하지? 어떤 인공지능 로봇은 '로봇이 지배할 세상이 올 것인가?'라는 질문에 인간 동물원을 만들어 안전하게 생활할 수 있게 해주겠다고 대답했다지. 인공지능, 그거 자기들이 만들어놓고... 이렇게 걱정을 사서 하는 종이 인간이다.

     대부분의 고양이는 목욕을 싫어한다. 얌전하게 목욕을 잘 하는 고양이를 만났다면 그 반려인에게 목욕의 여신이 은혜를 베풀어준 것이다. 인생에 나를 반려묘로 들이는 걸로 많은 행운을 소비한 나의 반려인들이 이런 성은을 입었을 리 만무하다.

    -<나는 냥이로소이다> 중에서-


     만세님의 센스있는 필력이 돋보이는 부분입니다. 고양이의 눈에 걱정을 사서 하는 인간들이 얼마나 웃길까요. 사실 언젠간 냥이를 모시고 싶어서 고양이에 대한 글들을 많이 읽고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고양이에 대해서 하나하나 알아가고 있는 중입니다. 고양이가 꼬리를 수직으로 뻗는 것은 반갑다는 신호, 끝부분만 실룩거리는 것은 기분이 좋지않다는 신호, 가랑이 사이에 꼬리를 넣는 것은 겁을 먹었다는 신호, 물음표처럼 꼬리 끝이 꺾여있는 것은 놀고싶다는 신호라고 해요. 수직으로 꼿꼿이 뻗은 게 적대감을 드러내는 신호라고 생각했는데 반갑다는 신호였다니, 고양이는 생선을 좋아하는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니, 고양이는 그루밍을 하기 때문에 주기적인 목욕이 꼭 필요하지 않다니, 고양이 무식자에겐 고양이의 모든 것들이 반전으로 와닿더라구요. 그루밍은 고양이가 스스로 털을 핥는 행위인데 그루밍을 통해 피지선을 자극해 털을 고르게 하고 죽은 털을 뽑아낸다고 합니다. 하루 시간의 10% 이상을 그루밍에 할애하니까 목욕이 싫은 것도 당연한 것 같아요. 식빵굽기는 이 책을 통해서 처음 알게 되었는데, 고양이는 경계할 것이 없는 편안한 곳에서 식빵모양으로 다리를 배 아래에 깐 채 멍때리기 명상을 한다고 합니다. 어떤 방어태세도 갖추지 않는 행동이어서 꼭 적이 없다고 판단되는 편한 곳에서만 하는 행동이라고 해요. 만세님의 일상을 엿보는 재미도 있었지만, 고양이에 대해 더 많은 것을 알게되어서 재밌는 책이었습니다.


     이 책에서 진지하게 읽었던 부분은 애견샵에 대한 부분이었어요. 얼마 전 어쩌다 어른에 출연한 강형욱 훈련사님을 통해 크리스마스 시즌의 애견샵에 대한 얘기를 듣고 많이 속상함을 느꼈는데요, <나는 냥이로소이다>에서도 그 부분을 다루고 있습니다. 허약한 제리형님은 동물병원 의사에게서 너무 약한 어미가 종견장에서 낳은 강아지로 태어나지 말았어야했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종견장은 애완동물을 대량 생산하기 위해 모견을 모아놓은 공장인데 엄마 강아지도 아기 강아지도 건강할 수 없는 환경이 대부분입니다. 하나하나 소중한 생명들인데 크리스마스 시즌에 맞춰져 임신을 하고 허약한 상태로 태어나는게 마음이 아프더라구요. 만세의 반려인 역시 그 사실에 대해 알지 못했을 때 제리형님을 애견샵에서 만났고, 그날 설레는 마음으로 애견샵을 향했던 마음 때문에 미안해하고 있습니다. 반려동물을 가족으로 맞이하고 함께 살아가는 모습이 아름답지만 좋은 모습들만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큰 결심과 준비를 해야한다고도 조언을 하고 있습니다.

     만세님의 시선으로 인간세상을 바라보는 재미, 고양이의 마음을 알아가는 재미, 그리고 감동! 고양이에 관심이 많으신 분들, 알아가고 싶은 분들께 추천하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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