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멀어진 엄마와 딸의 거리를 좁혀나가기 위한 책 <나는 엄마와 거리를 두는 중입니다>독서일지 2018. 4. 23. 09:18반응형
얼마 전 종영한 tvn 드라마 <마더> 많이 보셨나요? <마더>로 인해 인생드라마가 한 편 더 늘어났습니다. 기존의 작품들과는 느낌이 다른 '모성애'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자식을 위해서라면 모든 것을 내어주는 어머니라는 존재, 하지만 <마더>에서는 위험을 감수하고 자신이 엄마가 되길 선택한 여자가 그 선택으로 인해 스스로 더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줘 더 감동적이었습니다. 일본의 원작 드라마가 있긴 하지만, 정서경 작가님과 김철규 PD님의 손을 거쳐서 더 좋은 드라마가 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정서경 작가님은 드라마는 처음이지만 많은 영화 시나리오 각본, 각색 이력이 있으시고, 김철규 감독님은 <공항가는 길>을 연출하셨던 분! <공항 가는 길> 역시 대본도 정말 좋았지만 많은 장면 장면들이 기억에 남는 연출이 뛰어난 작품이었습니다. 두 분이 만났으니 좋은 작품이 탄생할 수 있었고, 칸 국제 시리즈 경쟁부문 진출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좋은 결과 있길 바라면서 <마더>를 본 후 남은 여운으로 끌렸던 책 <나는 엄마와 거리를 두는 중입니다>를 소개할게요. 수진(이보영)과 윤복이(허율)의 모습이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한 모녀지간이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어쩌다보니 선택하게 된 책은 딸과 엄마 사이에 생긴 문제들을 다루는 책이 되었어요. 아마도 나쁜 역할이긴 했지만 동시에 왜 저렇게 사는 걸까 안타까움 자아내기도 했던 혜나의 친엄마 자영이 마음에 걸려 이 책을 펼쳐보게 된 것 같습니다.
<나는 엄마와 거리를 두는 중입니다>를 읽으면서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엄마와 외할머니의 관계, 그리고 저와 엄마의 관계에 있는 문제는 없는지 하는 생각은 물론, <마더> 속 손가락 할머니라고 불리는 수진의 친엄마, 그리고 혜나의 친엄마인 자영이 많이 생각났습니다. 어려운 선택이었다지만 정말 어린 수진을 버리는 것이 최선이었나 하는 생각, 또 왜 모든 사람에게 있을 것만 같은 모성애가 자영에게는 삐뚤어지게 나타나는 걸까 하는 생각이 많이 들었습니다. 이런 나쁘고 안타까운 일이 드라마 속에만 있는 이야기가 아닌 것 같아서 씁쓸하더라구요. <나는 엄마와 거리를 두는 중입니다>의 내용 중 기능적 의사소통 유형에 대해 설명을 한 부분이 있었는데 이 부분에서 짐작이나마 할 수 있었습니다.
경험적 가족치료의 대가 사티어(Satir)는 기능적 의사소통 유형에 해당하는 '일치형'과 역기능적 의사소통 유형에 해당하는 '회유형, 비난형, 초이성형, 산만형'의 다섯 가지로 의사소통 유형을 분류했다.
우선, '회유형'은 상대방의 어떤 비판의 말이라도 무조건 '예'로 수용하고, 그에 반대하는 말을 절대 하지 않는 유형이다. 타인과의 관계를 중요시하지만 둘 사이 자신의 감정은 전혀 존중하지 않고 오로지 상대방에게 맞춰주는 자기희생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당연히 관계 속에서 자신의 의견을 주장하지 못함으로 발생하는 언짢은 기분의 감정을 억제하다 보니 스트레스는 점점 커진다. 이들이 타인의 눈치를 살피는 것은 거부에 대한 불안함과 두려움에서 시작된다 할 수 있겠다.
'비난형'은 타인에게 자신이 힘이 있는 강한 사람으로 보이기를 원한다. 그 방법으로 다른 사람을 괴롭히거나 비난하고, 환경을 탓하는 자기 보호의 방어기제를 사용한다. 이들의 공격적인 모습은 외적으로 험악하고, 난폭하며 어느 면에서는 강인해 보이기까지 하지만 사실 내적으로는 자신이 다른 사람들로부터 소외되어 있거나 실패자로 보이는 것을 두려워하는 겁쟁이일 수도 있다.
'초이성형'은 자신과 타인 모두에게 무관심하고 냉대한 모습을 보인다. 오로지 합리적인 상황과 문제 해결에만 집중하며, 그 방법으로 대단히 논리적이고 이성적인 방법을 추구하는 유형이다. 무엇이든 실수 없이 완벽하게 해내려는 경향을 가지고 있기에 겉으로는 굉장히 이성적이며 차분한 합리적 인간형으로 보이지만, 실제 이들의 내면은 혼자라는 외로움과 사람에 대한 불신으로 가득 차 있을 수 있다.
'산만형'은 대화에 집중하지 못하고 지나치게 '유쾌함'만을 추구하려는 경향을 가지고 있어 주위 사람들의 눈총을 받기 쉽다. 이들은 스트레스 상황에서 그 주제에 대해 고민하여 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그 순간 괴로운 마음을 견디지 못해 전혀 상관없는 것에 관심을 두거나 주제를 전환하려 들기도 한다. 진지함보다는 끊임없이 부산하게 행동하면서 주제로부터 관심을 분산시키려 드는 것이다. 이들의 내면은 아무도 자신을 걱정해주거나 수용해주는 사람이 없을 것이라는 부정적인 생각으로 인해 깊은 고독함에 빠져 있을 수 있다.
-<나는 엄마와 거리를 두는 중입니다> 중에서-
역기능적인 유형 네 가지가 자기가치감이 낮아서 생기는 일들이라고 합니다. '자기가치감'이 '자존감'과 같은 말일 것 같지만, 자기가치감은 자존감을 구성하는 요소에 속하는 것입니다. 자기가치감과 자신감, 태도 이렇게 3가지 요소가 자존감을 구성하고 있다고 합니다. 세 가지 중 어느 하나가 무너졌을 때 가장 타격이 큰 것은 무엇일까 생각해보니 자기가치감인 것 같습니다. 자신감과 태도는 습관과 행동으로 바꿔나갈 수 있지만, 무너진 자기가치감을 회복하는 건 정말 온 마음을 다해도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자기가치감이 낮은 사람들은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것을 두려워하기 때문에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위의 네 가지 역기능적 유형으로 나타난다고 합니다. '혜나가 조금만 예쁜 아기였더라면 혜나의 친아빠가 그렇게 떠나지는 않았을 것'이라던 자영은 극단적인 '비난형' 모습을 한 엄마였던 것 같습니다. 누구나 조금씩은 '비난형'적인 모습을 갖고 있을 수 있지만, 극단적인 경우 폭력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누군가에게는 이 책이 불편한 책이 될 수도 있습니다. 아픈 기억을 끄집어 낼 수도 있구요. 하지만 이 책이 내건 타이틀이 '불편과 갈등을 해결하기 위한 심리학 수업'인 만큼, 과거를 위로하고 앞으로의 모녀관계를 개선하기 위해 읽어보기에 좋은 책입니다. 그리고 사실 드라마처럼 꼭 모든 상황이 극에 다다르고 예상치 못한 사건들이 생겨나서 모녀관계가 엉키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사소한 것들이 쌓여서 조금씩 사이를 틀어갈 수도 있는 것이지요. 사소한 것들이 부풀어올라 만든 눈덩이가 더 단단하고 차갑고 아플 수도 있습니다. 드라마를 보고 읽어보게 된 책이지만, 책 속에서는 보통 사람들의 비슷비슷한 이야기가 나오니 작은 갈등을 겪고 있더라도 읽어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반응형'독서일지' 카테고리의 다른 글
<보노보노의 인생상담> 책으로 보노팍 보노팍팍 보노도사를 만나요 (0) 2018.04.25 <나는 냥이로소이다> 냥이 만세님의 세상 참견기를 담은 책 (0) 2018.04.24 <당신, 전생에서 읽어드립니다> 착하게 사는 것이 손해가 아닌 이유 (0) 2018.04.22 <고로 나는 존재하는 고양이> 고양이를 모시고 있는 집사들이 꼭 읽어야 할 책 (0) 2018.04.21 소설 <무지개를 기다리는 그녀> 6년 전 죽은 그녀를 AI로 부활시킬 수 있을까 (0) 2018.04.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