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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보노보노의 인생상담> 책으로 보노팍 보노팍팍 보노도사를 만나요
    독서일지 2018. 4. 25. 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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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흰토끼 "슬플 때 했던 생각이라... '지금 이 세상에 아빠가 돌아가셔서 슬퍼하고 있는 사람이 몇 명이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한 적이 있어. 분명 엄청 많을 거라고 생각하면서, 머릿속으로 얼마나 더 많을지 떠올려봤어. 분명 내 생각보다 더 많겠지만 가능한 한 많이 떠올려보는 거야. 눈을 감고, 아빠를 잃고 슬퍼하는 사람을 떠올려봐. 가능한 한 많이. (눈을 감고)봐. 이렇게 많아. 나 알거든, 다들 얼마나 슬플지. 다들 내가 얼마나 슬플지도 알고."

    -<보노보노의 인생상담> 중에서-


     <보노보노의 인생상담>을 읽었습니다. 5월부터 ebook의 10년 대여 등 장기 대여 제도가 대폭 축소된다고 하여 각 서점사들에서 쿠폰을 많이 뿌리고 있어서 어쩌다 보니 이북으로 읽게 된 책입니다. 요즘 쟁여놓은 세계문학전집과 조정래 작가님의 대하소설들부터 읽으려고 이북지름을 자제하고 있는데, 이 보노보노는 그냥 넘길 수가 없겠더라구요. 결국 사자마자 다른 책들을 제쳐두고 읽어버렸습니다. '에잇, 보노보노가 뭐 깊은 상담을 하겠어' 생각하며 머리 식힐 겸 읽었는데, 간간히 훌쩍이기도 했습니다. 많은 부분이 공감이 가더라구요. 만화 보노보노는 재밌기도 하면서 느림의 철학도 갖고 있는 작품이라 보노보노 콧수염 한가닥이라도 따라가자 싶은 마음을 되새기게도 하는 작품입니다. 그런데 '인생상담'이라는 거창한 이름까지 걸었으니, 기대하고 읽으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보노보노>의 원작자 이가라시 미키오가 쓰고, <보노보노처럼 살다니 다행이야>의 저자 김신회가 옮긴 책입니다. "좋은 사람들만 고민을 해. 더 좋은 사람이 되고 싶어서."라고 말하는 따뜻한 책입니다. 보노보노와 숲속 친구들을 만나러 함께 가봅시다.


     보노보노 "도리도리가 조금 더 컸을 때 모르는 애들한테 괴롭힘을 당했어. 근데 그 전까지는 툭하면 울었는데, 그때만큼은 '울면 안 돼'라는 목소리가 들리더래. 그 말을 누가 한 건지 생각해봤더니 바로 또 다른 자신이 한 말이었다는 거야. 그 순간, 왠지 자기를 토닥여주는 친구가 생긴 느낌이더래. 하지만 다시 괴롭힘 당했을 때, 또 하나의 자신이 '울면 안 돼'라고 말했는데도 자기도 모르게 눈물이 났고, 그게 억울해서 더 많이 울었댔어." 

     몇 페이지 넘기지도 않았는데 울컥하는 부분이 나오더라구요. 안 울어야지 생각할수록 더 울게 되고, 못해도 실망하지 말아야지 다짐했지만 땅으로 꺼지고싶게 만드는, "또 하나의 자신이 한 말을 지키지 못해서" 그렇다는 포로리의 말에 큰 공감을 했습니다. 사람 사는 건, 아니 동물 사는 건 다 똑같구나 나만 이런 건 아니구나 생각했어요. 어설픈 위로를 담은 에세이는 오히려 더 기분을 울적해지게 만드는데요, <보노보노 인생상담>은 딱히 이렇다 저렇다 정해진 답을 주기보다는 동물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스스로도 생각을 해보는 시간을 주는 것 같아서 좋았습니다. 또 다른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지 않고 땡땡이를 쳐도 또 다른 자신이 항상 나를 위해줄까 하는 질문에 포로리는 "하지만 계속해서 또 하나의 자신이 하는 말을 전혀 안 들을 때, 나에 대해서 생갈할 여유 따위 없을 때, 나에 대해서고 뭐고 다 모르겠을 때는 또 하나의 자신이 사라져버릴지도 모른다"고 합니다. 그때가 되면 정말로 혼자가 되는 것이죠. 아, 오늘 맛있는 것 좀 사줘야겠습니다. 또 다른 저에게요. 요 며칠 영어공부 안하고 땡땡이쳤는데 이러다 도망가면 어쩌나 싶어서 오늘 치킨, 피자, 떡볶이 다 사주려고 합니다. 아 그런데 그럼 다이어트를 약속한 또 또 다른 제가 도망가겠군요. 책 속으로 들어가 어떤 애랑 친하게 지낼지 보노보노에게 물어보고 싶어지는 하루입니다.


     책을 읽으면서 제일 쿨한 상담사는 야옹이형이라고 느꼈습니다. 쉽지 않은 질문에 뻥뻥 뚤리는 답을 해주는 야옹이오빠. 왠지 약을 팔아도 잘 파실 것 같아서 그 약 몇개 좀 사고 싶어지더라구요. '외로움'이라는 것에 대해 아주 쿨한 답을 해주었습니다. 혼자 있을 때 외로운 건 정상이지만 누군가와 함께 있을 때 외로우면 이상하게 느껴지는 건, 추운데서 춥다고 느끼는 건 당연하지만 따뜻한 데서 춥다고 느끼는 게 이상상한 것과 같다고 느껴진다. 하지만 실은 혼자 있을 때나 누군가와 함께 있을 때나 똑같이 외롭다는 걸. 혼자 걸을 때, 아름다운 것을 봤을 때, 잘 때, 아플 때, 뭔가 생각날 때, 집에 돌아갈 때 항상 외롭지만, 외로움이라는 건 지루함이나 짜증이나 시시함처럼 그저 어느 상황에나 느껴지는 것이라고 야옹이형은 조언합니다. 외로움이라는 바람조차 불지 않는 것이 정말로 시시한 것이라는 것, 외로워도 강은 흐르고, 괴로워도 강은 흐르고, 행복해도 강은 흐르는 법이라고 합니다. 그래요. 외로움조차 없어서 외로운 것보다는, 외로움이라도 함께 있어서 덜 외로운게 나은 것 같아요.


     이 외에도 사랑과 이별에 대한 조언들과 다이어트 명언까지 남겨주는데요, 어떻게 이렇게 중구난방의 인생 주제들을 다 다루면서도 어느 것 하나 그냥 넘길 수 없게 만드는지 역시 보노보노를 탄생시킨 원작 작가님의 따뜻한 힘이 느껴지는 좋은 책이었습니다. "결말이 슬플 것 같으면 그때 포기해도 되는 거라고, 그게 사랑을 안 하는 것보다는 낫다고, 아무리 결말이 슬퍼도 딱히 그렇게 슬퍼지지는 않을 거라고, 결말이 슬플 거라는 생각조차 안했을 때가 정말 슬픈 거라고" 좋은 말인 것 같습니다. '그래, 백세 시대에 마음에 딱지 하나 없으면 심심해서 어떻게 사나' 싶어지더라구요. 아무리 슬퍼봤자 결말이 결말이고 이별은 이별일 뿐이겠지 뭐 얼마나 대단하겠어 하는 마음으로 용기 얻었습니다. 아빠를 생각하며 슬픔을 얘기하는 흰토끼의 말에선 눈물을 글썽이기도 하고, 또 상대방에게 불쌍하다는 말을 함부로 하면 안된다는 것에 공감하고 배우고, 뭔가 쓸데없는 짓을 하는 느낌이 들어서 배부른 게 싫어진 야옹이형이 남긴 다이어트 명언을 받아적으면서(하지만 배고픈 게 좋아지면 먹는 것도 좋아진다고, 맛있는 것만, 그것도 조금씩 먹으면 점점 먹는 게 좋아진다) 읽다가 수달만 못한 나란 인간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해볼 수 있었던 책입니다. 머리 식히려고 읽었다가 뇌세포 하나하나가 따뜻해지는 책, 잠깐 위로가 필요한 분들께 강력추천합니다! 지금 알라딘에서 <보노보노의 인생상담>을 구매하면 '플립북'을, 예스24에서 구매하면 '보노보노 폴더 노트 세트'를 포인트 차감 사은품으로 받을 수 있습니다. 이북으로 읽었지만 굿즈들이 눈앞에 아른거려 손가락이 꿈틀꿈틀 거립니다. 제 지갑을 관리하는 또 다른 제 자신과 진지하게 얘기를 나누며 협상을 해보아야겠습니다. 그럼 보노팍 보노팍팍 보노도사에게 따뜻한 위로 받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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