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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남주 번역 시집 <아침저녁으로 읽기 위하여>- 하이네
    독서일지 2018. 5. 31. 0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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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인리히 하이네(1797. 12. 13. ~ 1856. 2. 17.)

     사랑과 정치에 대한 풍자시로 유명한 하이네는 독일의 뒤셀도르프에서 유대인으로 태어났다. 1821년 베를린 대학에 등록했지만 공부보다는 문학, 역사, 그리고 헤겔 철학에 심취했다. 그의 초기 시는 <시가집>에서 보이듯 연애를 주요 소재로 다루었으나 1830년 프랑스 7월 혁명 이후 파리에 정착하면서부터 당대 사회 문제에 주의를 기울이기 시작했다. 1843년부터 마르크스를 알게 되었고 그 무렵 독일의 보수 반동적 정치 상황을 통렬히 공격한 장편 풍자시 <독일 겨울 이야기>와 당대의 정치시를 풍자한 <아타 트롤> 등을 발표했다. 하이네는 마르크스와의 친분을 계속 유지했으나 공산주의에 경도되지 않았다. 그의 세 번째 시집 <로만체로>에서는 인간 조건에 대한 통절한 비탄을 노래하고 있다.

    -<아침저녁으로 읽기 위하여> 시집 中


     알라딘 본투리드 32탄 김남주 번역시집 특별판 <아침저녁으로 읽기 위하여>을 읽고 있습니다. 故 김남주 시인이 옥중에서 교도관 두 명에게 종이와 펜을 몰래 얻어 자신의 사상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저항시인들의 시를 번역하였고, 베르톨트 브레히트, 루이 아라공, 마야코프스키, 하인리히 하이네 4명의 시인의 시 번역 원고를 교도관의 도움으로 밀반출해 <아침저녁으로 읽기 위하여>가 시집으로 출간될 수 있었습니다. 하이네의 번역 시들 중 마음에 남는 시들을 소개합니다.



    서시


    그대는 자주 볼 것이다

    화랑을 지날 때면 창과

    방패로 무장하고 싸움터로 나아가는

    전사의 모습을 보게 될 것이다


    그런데 연애의 신들은

    그를 조롱하며 창과 방패를 빼앗는다

    아무리 그가 저항을 해도

    꽃다발로 그를 휘감아버린다


    나도 그처럼 부드러운 장애물의 장애를 받고 있으며

    환희와 고뇌가 나 자신을 옭아매게 하고 있다

    시대의 격렬한 투쟁 속에서

    다른 사람들은 싸우고 있는 때에.


    -<아침저녁으로 읽기 위하여> 특별판 227p



    슐레지엔의 직조공


    침침한 눈에는 눈물도 마르고

    베틀에 앉아 이빨을 간다

    독일이여 우리는 짠다 너의 수의를

    세 겹의 저주를 거기에 짜 넣는다

    우리는 짠다 우리는 짠다


    첫 번째 저주는 신에게

    추위와 굶주림 속에서 우리는 기도했건만

    희망도 기대도 허사가 되었다

    신은 우리를 조롱하고 우롱하고 바보 취급을 했다

    우리는 짠다 우리는 짠다


    두 번째 저주는 왕에게 부자들의 왕에게

    우리들의 비참을 덜어주기는커녕

    마지막 한 푼마저 빼앗아 먹고 그는

    우리들을 개처럼 쏘아 죽이라 했다

    우리는 짠다 우리는 짠다


    세 번째 저주는 그릇된 조국에게

    오욕과 치욕만이 번창하고

    꽃이란 꽃은 피기가 무섭게 꺾이고

    부패와 타락 속에서 구더기가 살판을 만나는 곳

    우리는 짠다 우리는 짠다


    북이 날고 베틀이 덜거덩거리고

    우리는 밤낮으로 부지런히 짠다

    낡은 독일이여 우리는 짠다 너의 수의를

    세 겹의 저주를 거기에 짜 넣는다

    우리는 짠다 우리는 짠다.


    -<아침저녁으로 읽기 위하여> 특별판 228p



    게르테른 가에서 태어난 나의 어머니 B 하이네에게


    1

    나는 언제나 의기도 양양하게 머리를 들고 다닙니다

    고집이 세어서 좀체로 남의 말을 듣지 않습니다

    설혹 왕이 내 얼굴을 들여다본다 할지라도

    아마 나는 눈을 내리깔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어머니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아무리 제가 오만하고 거만하고 불손했어도

    다정하고 그리운 당신 곁에 있으면 자꾸만

    주저주저해지고 겸허한 생각에 잠기고는 했습니다


    나도 모르게 제압하는 힘 그것이 당신의 혼입니까

    모든 것에 두루두루 스며들고

    환한 하늘로 반짝반짝 떠오르는 것이 당신의 숭고한 혼입니까


    2

    미칠 듯한 정열 때문에 나는 당신 곁을 떠났습니다

    세상 끝까지 가려고 했던 것입니다

    진실한 마음으로 껴안아줄 사랑

    그런 사랑을 찾을 수 있을 것인가 알고 싶었던 것입니다


    골목이라는 골목은 다 찾아 돌아다녀 보았습니다

    집집마다 문에 두 손을 벌리고

    자그마한 사랑이나마 베풀어달라고 구걸했습니다

    그러나 받은 것은 다만 조소와 차디찬 등오뿐이었습니다


    나는 끊임없이 사랑을 구하며 헤매다녔습니다

    그 사랑은 아무리 구해도 찾아지지 않았습니다

    지쳐 슬픔에 겨워 집으로 돌아왔던 것입니다


    하지만 당신은 기다리고 있다가 저를 맞이해주었습니다

    그때 아 당신의 눈에 떠올랐던 것

    그것이야말로 내가 오랫동안 찾아 헤매다녔던 아름다운 사랑이었습니다.


    -<아침저녁으로 읽기 위하여> 특별판 230p



    기다려라 다만


    내가 친 번개가 너무나도 처연했기 때문에

    천둥은 못 칠 것이라고 그대들은 생각하는가!

    당치도 않은 소리 이 나에게는

    수완도 있다 천둥을 칠 수 있는


    그대들은 전율을 금치 못할 것이다

    언젠가 형편이 좋은 날이 오면

    그때 그들은 듣게 될 것이다 나의 목소리를

    우레 같은 언어 청천의 벽력을


    그날이 오면 거칠고 드센 폭풍은

    수없이 많은 떡갈나무를 찢어발길 것이다

    궁전은 부들부들 떨게 되고

    성당의 탑은 무너져버릴 것이다


    -<아침저녁으로 읽기 위하여> 특별판 255p



    변절자에게


    아 신성한 청년의 패기

    어쩌면 그것이 그렇게도 빨리 순화되어버렸는가

    그리고 너는 완전히 열기가 식어

    천상의 신과 화해해버렸나


    너는 십자가 밑으로 기어들어 갔다

    최근 2, 3주 전까지만 해도 네가

    짓밟아버리려고 생각하고 있었던

    저 경멸해야 할 십자가 밑으로


    아 너는 책을 너무 많이 읽었던 것이다

    저 슐레겔과 하라와 버커의 것을

    어제까지만 해도 영웅이었던 인간이

    오늘 갑자기 배신자가 되어 있구나.


    -<아침저녁으로 읽기 위하여> 특별판 256p



    눈물의 계곡


    밤바람이 하늘의 창에서 쌩쌩 불어온다

    다락방의 침대는 누워 있다

    바싹 여윈 창백한 얼굴들

    가련한 두 연인들이


    사내가 애처롭게 속삭인다

    나를 꼭 껴안아줘요

    키스도 해주고 언제까지라도

    그대 체온으로 따뜻해지고 싶어요


    여자가 애처롭게 속삭인다

    당신의 눈을 쳐다보고 있으면

    불행도 굶주림도 추위도

    이 세상 모든 고통도 사라져요


    둘이는 수럾이 키스도 하고 한없이 울기도 하고

    한숨을 쉬며 손을 움켜잡기도 하고

    웃으며 노래까지 했다

    그리고 이윽고 잠잠해져버렸다


    다음날 아침 경찰이 왔다

    훌륭한 검시의를 대동하고

    검시의는 구 사람이 죽어 있음을 확인했다


    검시의의 설명에 의하면

    혹독한 추위와 공복

    이 두 가지가 겹쳐서 두 사람이 죽었다는 것이다

    적어도 죽음을 재촉한 원인이라는 것이다


    검시의는 의견을 첨부했다

    엄동설한이 오면 무엇보다도 먼저

    모포로 몸을 따뜻하게 해야 한다

    동시에 영양르 충분하게 섭취하야 한다.


    (해설 : 얼어죽고 싶어서 얼어 죽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굶어 죽고 싶어서 굶어 죽는 사람도 없을 것이다. 의사는 죽음의 사회적인 원인을 모르는 것이다. 아니 모르는 것이 아니라 알려고 하지 않는 것이다. 환자가 많아지고 그래서 많은 돈을 버는 것, 이것이 자본주의 사회의 의사가 가지는 직업의식인 것이다.)


    -<아침저녁으로 읽기 위하여> 특별판 330p



    나는 천국을 밎지 않는다


    나는 천국을 믿지 않는다

    아무리 목사가 지껄여대도

    나는 너의 두 눈만을 믿는다

    너의 눈이야말로 천국의 빛이니까


    나는 하느님을 믿지 않는다

    아무리 목사가 지껄여대도

    나는 너의 마음만을 믿는다

    달리 나의 신은 없으니까


    나는 악마도 믿지 않는다

    지옥도 지옥의 고통도 믿지 않는다

    믿는 것은 너의 두 눈과

    매정한 너의 마음 뿐이다


    -<아침저녁으로 읽기 위하여> 특별판 333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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