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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추리소설 <그림자 소녀> 그녀 없는 비행기
    독서일지 2018. 6. 1.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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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녀 없는 비행기Un avion sans elle>라는 원제로 2012년 프랑스에서 출간된 미셸 뷔시의 장편소설 <그림자 소녀>를 읽었습니다. 이야기의 시작은 18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1980년 12월 23일 새벽, 이스탄불에서 출발해 파리를 향하는 에어버스 비행기의 추락사고가 이 소설의 발단이 됩니다. 그리고 18년 동안 이 사고를 추적해 온 그랑둑. 그는 누구일까요? 그는 이 비행기 사고와는 아무런 연관이 없는 인물입니다. 전원이 사망한 이 사고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아기, 에밀리가 성인이 될 때까지 18년 동안 이 사건의 진실을 뒤쫓는 인물입니다. 도대체 그는 왜 18년 동안 이 사건을 뒤쫓아 왔을까요. 그리고 어떤 이유로 성인이 된 에밀리에게 그의 일기를 전해준 뒤 죽음을 맞은 것일까요.


     전원이 사망한 비행기 사고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아기, 그날 비행기 탑승자 중 아기는 2명으로 과연 어느 집안의 핏줄일지를 그랑둑이 남긴 일기를 한 장 한 장 넘겨가며 추리해가는 것이 이 소설의 주요 내용입니다. DAN 검사가 없었던 시절, 비행기 추락 사고에서 3개월 된 아기만이 기적적으로 살아남았습니다. 기적같은 생존. 하지만 주인공은 릴리, 잠자리, 에밀리, 리즈로즈 등 여러 이름으로 불리며 혼란스러운 삶을 살아야 했습니다. 언론이 '잠자리'라는 이름을 붙인 이 아기는 파리에서 명망 높은 부유한 집안의 손녀이거나 해변에서 장사를 하는 가난한 집의 손녀입니다. 두 집안의 핏줄 싸움 속에서 부유한 집안의 의뢰로 인해 18년 동안 이 사건을 쫓아온 탐정 그랑둑은 에밀리로 살아오며 성인이 된 아기에게 자신의 일기장을 전해준 후 죽음을 맞습니다. 에밀리는 그랑둑의 수첩에서 어떤 진실을 마주했을까요?


     "그런데 상자는 내가 가고 나면 열어봐. 한 시간 뒤에! 알았지? 그렇게 할거지? 숨바꼭질 같은 거야. 내가 숨을 동안 오빠는 눈을 감고 수를 세는 거지. 으음... 천까지."


     그랑둑의 사건 수첩, 즉 방대한 일기를 손에 넣게 된 에밀리는 자신의 존재에 대한 진실 일부를 알게 되고, 그 일기장을 오빠 마르크에게 전해준 후 사라집니다. 그녀는 무슨 이유때문에 자신의 존재를 감추려는 걸까요. 그랑둑의 일기에는 어떤 내용들이 적혀 있으며, 오빠 마르크가 찾아야 하는 진실은 무엇일까요. 에밀리와 마르크가 단순한 남매 사이는 아닐거라는 의심을 늘 품어온 카페 주인 마리암은 에밀리가 한 시간이 지나기 전까지는 마르크에게 넘겨주면 안 된다고 신신당부한 상자를 받게 됩니다. 


     마리암은 상자를 쥔 손에 힘을 주었다. 물론 에밀리 부탁대로 할 생각이지만 내키지는 않았다. 그동안 헤어진 커플을 수없이 봐왔다. 여자들은 보통 이런 순간에 매우 결연한 의지를 보이고 놀라운 상상력을 발휘한다.

    에밀리도 그랬다.

     이 모든 건 에밀리가 연출한 연극에 불과하다. 에밀리는 마리암에게 시한폭탄을 안기고 자기는 있는 힘껏 도망쳐버렸다. 마르크는 에밀리가 못 가게 붙잡아야 했지만 그러기에는 사람을 너무 잘 믿는 순진한 아이였다. 마리암은 아직도 헷갈렸다. 에밀리가 마르크의 동생인지, 아내인지, 정부인지, 여자 친구인지 알아내지도 추측도 못 했지만, 단 한 가지, 마르크와 관계를 끊겠다는 에밀리의 의지만은 분명히 알 수 있었다.


     둘의 사랑은 어떤 사랑일까? 나는 종종 되묻곤 했다. 그들의 감정을 알아내려고 안 해본 것이 없었다. 파렴치한 파파라치처럼 두 아이를 몰래 따라다니기도 했다. 만일의 경우를 위해서 나짐 손에 망원렌즈 카메라를 쥐어주기도 했다. 하지만 단서를 찾아내지 못했다. 감정은 필름에 나타나지 않았다.


     에밀리와 마르크는 '남매'라는 단어를 때면 어떤 사이일까요? 두 사람이 매일 가는 단골 카페의 주인에게도, 그리고 18년 동안 에밀리의 인생 뒤편에서 지켜봐온 탐정 그랑둑에게도 두 사람 사이의 감정이 정확히 무엇인지는 보이지 않습니다. 마르크는 그렇게 진실의 무게를 자신에게 떠안긴 채 사라짐을 선택한 에밀리를 찾아나섭니다. 그랑둑의 일기장에 있는 단서들, 에밀리가 믿는 진실, 하지만 그 진실들이 사실이 아닐 수 있다는, 아니기를 바라는 자신의 자신의 본능을 믿고 에밀리를 찾기 위해 파리 곳곳을 돌아다닙니다.


     마르크는 파리를 돌아다니며 사건을 쫓는 과정에서 그랑둑의 죽음에 대한 의문을 가지게 되고, 그랑둑과 함께 사건을 쫓던 나짐과 그의 부인도 죽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그리고 부유한 집안의 다른 딸, 즉, 에밀리가 자신의 자매라고 믿는 말비나를 만납니다. 마르크와 말비나는 사사건건 부딪히지만 어느새 진실을 향하는 여정에서 협력자가 됩니다. "내가 정곡을 찌를 때마다 그렇게 브레이크를 밟으면 어디 오늘 안에 도착 하겠어?" 자매를 잃은 슬픔으로 자신도 성장을 멈춘 듯한 어린 아이 같은 몸을 하고 있는 말비나지만, 마르크를 잡아먹을 듯한 끝없는 자신감을 가진 말비나, 그녀 역시 에밀리에 관한 진실이 무엇인지 누구보다 알고 싶습니다.


     에밀리가 사라진 이유, 그랑둑의 죽음, 그랑둑의 일기 바깥에 있는 진실. 여러 갈래의 이야기가 하나의 결론을 향해 달려갑니다. 에밀리가 에밀리이기를, 에밀리가 에밀리가 아니기를, 어떤 것이 진실이든 섣부른 선택을 하지 않기를. 진실을 쫓아 파리 곳곳을 누비다 못해 600킬로미터를 달려가야 했던 이유와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 18년 간의 시간 사이의 치밀한 구성, 치밀한 서스펜스, 그리고 하나로 모여지는 묵직한 주제가 추리소설에 낯설었던 저에게도 큰 재미와 감동을 주었습니다. <그림자 소녀>는 출간되지마자 올해 최고의 추리소설이라는 평단의 찬사와 함께 2012 대중소설 상, 2012 프랑스 최고 추리소설 상, 2012 메종 드 라 프레스 상, 2013 NVN 독자가 뽑은 최고의 추리소설 상, 2014 뒤피 상 등 추리문학상을 휩쓸었다고 합니다. 세계적인 작가 아멜리 노통브, 베르나르 베르베르를 밀어내고 프랑스 베스트셀러 작가 8위 반열에 들기까지, 그리고 곧 영화화 될 거라고 하니 얼마나 많은 누린 소설인지 알 수 있었습니다. 추리소설에 큰 관심이 없던 분들도 정말 재밌게 읽을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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