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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잘못은 우리 별에 있어> 다시 만나서 반가워 "안녕, 헤이즐!" 원작소설
    독서일지 2018. 6. 3. 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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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안녕, 헤이즐>의 원작 소설 <잘못은 우리 별에 있어>를 읽었습니다. 영화가 개봉했을 때 원제인 'The Fault in Our Stars'가 <안녕, 헤이즐>로 번역되면서 많은 지탄을 받았던 기억이 나요. 도대체 왜 저렇게 번역을 했어야만 했을까 하는 반응들에 저도 공감을 했었어요. 그런데 소설로 읽다보니 '왜 안녕, 헤이즐이라고 제목을 정하고 싶었는지'에 대한 마음이 일부분 공감이 되었습니다. <잘못은 우리 별에 있어>라는 제목이 아직도 훨씬 마음에 와 닿지만, 소설 속에서 "안녕, 헤이즐"이라고 부를 때면 제가 헤이즐이 된 것만 같은 설렘이 모락모락 피어나더라구요. 둘이 합쳐 폐는 1.5개, 다리는 3개. 호흡기조차 사랑스러운 헤이즐과 걸음걸이조차 매력적인 어거스터스의 단짠단짠 첫사랑 스토리, 그리고 가족과 친구 이야기. 영화보다 소설이 훨씬 더 좋았던 것 같아서 영화만 보신 분들께 소설도 꼭 추천하고 싶습니다.


     이 서포트 그룹에는 암으로 인한 질병의 여러 단계에 있는 사람들이 참석하는데, 계속해서 바뀌는 것이 특징이다. 왜 계속 바뀌느냐고? 죽음의 부작용이지, 뭐.

     내가 서포트 그룹에 간 건 예전에 겨우 18개월짜기 자격 취득 교육을 받은 간호사들이 나에게 알아먹지 못할 외국 이름이 붙은 화학물질을 투여하게 놔뒀던 것과 같은 이유에서였다. 부모님을 행복하게 하고 싶어서. 세상에서 나이 열여섯에 암에 걸리는 것보다 더 지랄맞은 일이 딱 하나 있는데, 그건 암에 걸린 자식을 갖는 거다.

    -<잘못은 우리 별에 있어> 中에서


     폐암으로 인해 산소통 호흡기를 차고 있는 헤이즐은 서포트 그룹에 참여합니다. 집에서 모델 지망생들이 나오는 프로그램을 보는 것이 훨씬 즐겁지만, 부모님이 원하는 일이기 때문에 헤이즐은 참석자들이 계속 바뀌는 이 그룹에 참여를 합니다. 언젠가 자신도 겪을 '죽음의 부작용' 때문일까요. 헤이즐은 시니컬한 마음으로 서포트 그룹의 친구들에게 마음을 열지 않습니다. 하지만 어거스터스를 만나면서부터 헤이즐은 조금씩 변하기 시작합니다. 밝고 재치 있는 어거스터스에게 점점 사랑의 감정이 싹트기 시작합니다. 서로 좋아하는 소설을 바꿔 읽기도 하는 헤이즐과 어거스터스. 어거스터스는 피터 반 호텐이 쓴 『장엄한 고뇌』라는 소설이 헤이즐에게 특별한 의미를 가진 것을 알게됩니다. 어거스터스는 작가에게 이메일을 보내게 되고 암스테르담으로 오면 만나주겠다는 약속을 얻어냅니다. 암스테르담으로 가기 위해 아픈 아이들에게 소원을 하나씩 들어주는 일을 하는 지니 재단을 떠올리지만, 이미 어릴 때 소원을 써버렸다는 헤이즐. "디즈니 월드에 간 건 아니겠지. 헤이즐! 죽기 전의 유일한 소원을 부모님과 함께 디즈니 월드에 가는 데 써 버린 건 설마 아닐 거야!"라는 어거스터스의 말에 "그리고 에프콧 센터도."라고 중얼거리는 헤이즐. "아, 맙소사. 내가 이런 진부하기 짝이 없는 소원을 가진 여자애한테 홀딱 빠졌다니 믿을 수가 없어." 어거스터스는 헤이즐 앞에서는 구박을 하지만, 아껴두었던 자신의 소원을 써서 헤이즐과 함께 암스테르담으로 떠나게 됩니다. 


    "어거스터스. 정말로 이렇게까지 할 필요 없어."

    "당연히 해야지. 내 소원을 드디어 발견했는데."

    "맙소사, 넌 정말 최고야."

    "너한테 해외여행 시켜주는 모든 남자애들한테 그렇게 말 할 거잖아?"


     꽁냥꽁냥거리는 두 사람을 보다보면 어느새 입가에 미소가... 두 사람을 암스테르담으로 향하게 한 소설, 헤이즐에게 큰 의미를 가지는 『장엄한 고뇌』는 어떤 소설일까요? 중요한 순간에 '그런'하고 문장이 끝나버리는 소설. 그 이후의 이야기가 헤이즐에게는 자신의 삶을 비춰보고 싶을 정도로 중요합니다.


    『장엄한 고뇌』는 안나라는 이름의 여자애와, 정원사 일을 하고 튤립에 집착하는 그 애의 한쪽 눈이 없는 엄마가 중부 캘리포니아의 작은 마을에서 평범한 중산층보다 조금 낮은 수준의 삶을 살다가 안나가 드문 혈액암에 걸리게 되는 이야기다.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안나의 상태는 점점 더 악화되고, 치료와 질병이 서로 먼저 안나를 죽이기 위해 경쟁하는 와중에 안나의 엄마는 안나가 '네덜란드 튤립 맨'이라고 부르는 네덜란드인 튤립 상인과 사랑에 빠진다. 네덜란드 튤립 맨은 돈이 굉장히 많고 암 피료에 관한 엄청나게 괴상한 아이디어를 갖고 있다. 안나는 이 남자가 범죄자이고 어쩌면 네덜란드인도 아닐지 모른다고 생각한다. 네덜란드인과 안나의 엄마가 결혼을 앞두고 안나가 개밀과 소량의 비소를 투약하는 말도 안 되는 새로운 치료를 막 받으려고 할 때 책은 갑자기 '그런'하고 문장 중간에 끝나 버린다.


     피터 반 호텐과의 만남을 기대하며 암스테르담으로 떠나는 두 사람(헤이즐 엄마 동행)은 실망스러운 결과를 받아들여야만 했는데요, 그래도 암스테르담을 돌아다니며 둘 만의 추억을 쌓습니다. 다시 집으로 돌아온 헤이즐은 자신처럼 아프다 세상을 떠난 어거스터스 전여친 캐롤린의 SNS에 들어가게 됩니다. '우린 모두 네가 정말 그리워. 끝이 나지 않는 것 같아. 네 전투에서 우리 모두가 부상을 입은 것 같은 느낌이야, 캐롤린. 네가 보고 싶어. 널 사랑해.' 캐롤린의 친구가 남긴 글에서 '부상'이라는 단어가 머리에서 떠나지 않는 헤이즐. 


     "전 말이죠. 그런 거예요. 그러니까 수류탄 같은 거라고요, 엄마. 전 수류탄이고 언젠가 터져 버릴 테니까 사상자 수를 최소한으로 줄이고 싶다고요, 아시겠어요?"

    (...)

    "넌 우리에게 수류탄이 아니란다. 죽음을 생각하면 슬프지만, 헤이즐, 그래도 넌 수류탄이 아니야. 너는 근사해. 넌 모를 테지, 우리 딸. 아이를 낳아 그 아이가 영리하고 독서를 좋아하며 부수적으로 끔찍한 텔레비전 쇼를 보는 취미가 있는 청소년으로 자라나는 걸 본 적이 없으니까. 하지만 네가 우리에게  준 기쁨은 우리가 네 병 때문에 느낀 슬픔보다 더 크단다."

    "정말이야. 너에게 이 문제에 관해 거짓말은 하지 않을 거다. 네가 네 가치 이상으로 골칫거리였다면 우린 널 그냥 길거리에 내다버렸을 거야,"

    "우린 감상적인 사람들이 아니란다. 네 잠옷에 쪽지를 끼워놓은 채 고아원에 갖다 버렸을 거야."


     알지도 못하는 사람이 또 다른 알지도 못하는 사람에게 쓴 글을 보며 먼훗날 가족이 받을 상처를 생각하는 헤이즐. '부상', '전투'라는 단어가 전혀 어울리지 않는 한 소녀의 마음에 너무 아프게 다가오는 상처입니다. 하지만 그 상처를 극복해나가는 헤이즐 가족들의 모습이 정말 따뜻합니다. '네 잠옷에 쪽지를 끼워놓은 채 고아원에 갖다 버렸을 거야'라는 말이 이렇게나 따뜻한 말이었다니. 어거스터스와 친구들, 헤이즐 부모님의 유쾌한 모습들과 그로부터 흘러나오는 사랑이 느껴져 따뜻하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소설 속 안나를 만나게 해 준 우상이었던 작가가 엉망진창인 어른이었다는 걸 받아들이고, '수류탄'과 '부상'이라는 단어에 받은 상처를 극복해나가는 모습, 그리고 영화를 보신 분들은 다 알고 있는 결말... 소설로 또 만나 너무나 반가웠던 헤이즐. '그런'으로 끝나버리지 않아서 너무나 고마웠던 소설 <잘못은 우리 별에 있어> 추천합니다. 잊혀질 때 쯤 다시 만나자. 안녕, 헤이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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