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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주의자 지영씨> 관계를 다룬 2부작 단막극 드라마드라마 2018. 6. 6. 14:33반응형
민효린, 공명 주연의 KBS 2부작 단막극 <개인주의자 지영씨>를 소개합니다. <개인주의자 지영씨>는 '타인과의 관계를 끊고 완벽한 개인주의자로 살던 여자가 타인과의 관계없이 못 사는 의존적인 남자를 만나 서로를 치유하고 기울어진 삶을 바로잡게 되는 코믹 로맨스 심리극'입니다. 묵직하고 감동적인 주제와 함께 민효린과 공명의 캐미, 지난 시간들을 나열하는 연출, 민효린 아역 류한비양의 예쁨(팬심투척), 따뜻한 박간호사(김재화)를 비롯한 등장인물들 간의 캐미가 돋보였던 작품입니다.
타인에게 상처를 주지도 받지도 싶지 않은 개인주의자 지영(민효린)의 오피스텔 문을 쾅쾅 두드리는 소리로 드라마는 시작합니다. 이 시간에 누구. "안녕하세요. 늦은 시간에 죄송한데 잠깐 문 좀 열어주실 수 있으세요?" 지영은 타인에 대한 경계로 인터폰을 듭니다. 인터폰에서 들리는 소리는 "진짜 급해서 그러는데..." 아니, 이 시간에 급할 일이 뭐가 있을까요. 지영의 얼굴에 경계심을 넘어선 두려움이 깔립니다. "와이파이 비밀번호 좀..." 남자의 정체는 옆집 705호에 사는 벽수(공명)입니다.
관계로 치유한다는 말은 내가 지금껏 살아오면서 확인한 거짓말들 중 하나. 진정한 관계는 남에게 피해를 주지도 않고 받지도 않는 그 균형 사이에 존재한다. 나는 내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행복을 추구하는, 혼자인 게 더 행복한... '개인주의자 지영씨'
붙임성 좋은 성격의 벽수는 복도, 분리수거장, 마트, 동네 영화관에서 지영을 만날 때마다 "704호 안녕하세요!" 하고 인사합니다. 하지만 돌아오는 건 소 보듯 닭 보듯 무시하는 지영의 무시입니다. 이유도 말하지 않은 채 남자친구에게 이별을 고하는 지영, 이유도 모른 채 여자친구에게 차인 벽수. 두 커플은 복도에서 한바탕 소란을 일으키고 경찰서로 가게 됩니다.
"오빠 외로움 때문에 내가 이용당하는 기분, 오빠 모르지?" 벽수는 미움받을까봐 상대방의 부탁을 거절하지 못하는 벽수는 혼자 있는 것을 가장 무서워합니다. 여자친구가 필요한 건지, 옆에 있을 아무나가 필요한 건지 본인도 아마 잘 모르는 것 같습니다. 여자친구가 짐을 챙겨 떠나버리자 혼자가 된 벽수는 집으로 돌아오는 것이 두렵습니다. 엄마에게, 아빠에게, 친구들에게 이런저런 핑계로 거절당한 벽수는 직장동료들에게 퇴근하고 한잔 하자고 합니다. 카톡 단톡방에서 오가는 자신의 뒷담화를 보지만 혼자 저녁 시간을 보내는 것이 더 두려운 벽수는 술값으로 몇 십만원을 쓰는 호구를 자처합니다. 그에 반해 지영은...
사람들, 인간관계, 사회생활, 사소한 오해들과 성가신 감정 싸움, 그로 인한 감정 낭비. 타인에 대한 무례한 강요, 이타심으로 포장된 이기심, 같잖은 휴머니즘, 진심이 아닌 위선과 가식. 오늘도 이 모든 것으로부터 나 자신을 지키는 데 성공했다. 사람이 싫다. 타인이 싫다. 어제보다 오늘 더 싫고 작년보다 올해 더.
현관문에 걸쇠를 몇 개씩이나 걸어 잠궈야 마음이 편한 지영입니다. 동료 간호사들이 함께 퇴근하려고 기다려주지만 그런 호의마저 불편합니다. 남이 나에게 피해를 끼치는 것만큼이나 남에게 신세를 지는 것이 싫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화장실이 급한 지영은 열두 자리로 설정한 집 비밀번호를 까먹어 벽수의 집에 무단침입을 하게 되는데요. 자다가 열두 번을 일어나 이불킥을 해도 모자랍니다. 하지만 이 일이 발단이 되어 두 사람은 결국 일년 중 가장 특별한 날인 크리스마스 날 밤을 함께 보내게 됩니다.
다음 날, 관계의 진전을 기대하는 벽수에게 "외로운 이웃들끼리 하룻밤 봉사활동 한 걸로 치자"는 지영의 말에 쉬운 남자 벽수는 다리가 휘청거릴 정도의 충격을 받습니다. 씩씩거리며 지영의 뒤를 졸졸 따라가면서 "자기가 아직도 되게 예쁘고 매력있는 줄 아시나본데 전혀 아니거든요. 그리고 나이도 두 살이나 어린 남자가 반말해주면 아주 황송해하셔야 되는 거예요. 꼭 명심하셔야 해요, 누님. 다른 데 가서 주책떨지 마시구요. 그리고 당신이 너무 어려운 거야. 내가 쉬운 게 아니고!" 자신의 왼손 네번째 손가락에 전여친과의 커플링이 아직도 끼워져 있다는 것을 모르는 벽수, 자신의 속마음 내비추기엔 스스로 쌓은 벽이 너무나 높은 지영. 너무 다른 두 사람은 과연 어떻게 될까요?
살면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부터 가장 불행했던 순간을 모두 일기로 써오라는 우울증 상담사의 말에 지영은 자신의 삶은 그냥 평범했다고, 상처받은 일은 없었다고, 별달리 행복한 순간도 불행한 순간도 없었다고 말합니다. 상담사에게 거짓말을 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를 그렇게 속이며 살아왔기 때문에 일기에 쓸 내용이 없습니다. 하지만 지영의 마음 깊은 곳에는 부모로부터 버림 받았던 아픈 상처들이 있습니다. 벽수 또한 지영과 같은 상처가 있습니다. 다른 점을 찾자면 벽수는 본인과 등본이 비슷한 지영에게 스스럼 없이 상대방의 상처마저 밝은 얼굴로 어림짐작 아는 척 하는 것입니다. 더이상 다 퍼주고 상처받아서 만신창이가 되는 연애는 사절인 벽수와 타인과의 관계 자체가 사절인 지영. 포기하고 기대를 안 하면 쉽다는 지영과, 그렇게 다 포기하고 기대를 안 하면 외롭지 않냐는 벽수. 너무 다른 두 사람의 알콩달콩 케미가 돋보였던 드라마입니다.
다른 두 사람이 만나서 부딪히는 1부는 꿀잼, 관계의 진전과 감정의 변화를 겪는 2부 역시 재밌었습니다. 다만 2부의 감정 변화들이 너무 빠르게 변하는 것 같아 2부작이 너무 짧게 느껴졌어요. 재밌는 드라마라 4부작 정도로 더 천천히 더 오래 봤으면 좋았겠다싶은 약간의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개인주의자 지영씨>는 KBS 단막 공모전 출신 권혜지 작가님의 작품입니다. 당선작 <빨간 선생님>도 톡톡 튀는 설정과 감동적인 결말 때문에 오래 기억에 남았는데요, 2부작, 4부작, 미니시리즈까지 쭉쭉 뻗어가 좋은 작품 계속 보여줄 거라 기대하고 있습니다! 미니시리즈만큼 재밌는 단막극 찾으시는 분들께 <개인주의자 지영씨> 강력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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