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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XIT> 행복과 현실 사이의 문, 엑시트 4부작 단막극 추천
    드라마 2018. 5. 27. 2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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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믿지 마라. 생각지도 못했던 행운들이 한꺼번에 찾아온다면, 아무것도 믿지 말고 다시 생각해야 한다. 두 눈을 꼭 감고 셋까지 세면서 무엇이 진짜인지 알아내야 한다. 더 늦기 전에. 하나, 둘, 셋."



     지난 4월 30일, 5월 1일에 걸쳐 방영된 4부작(총 2시간) 단막극 EXIT를 소개합니다. 방영된 지 한달 정도의 시간이 흘렀네요. 그 사이 POOQ을 통해 다시보기만 몇 번을 했는지... 마음 속 인생드라마 목록에 살포시 얹어놓습니다. 드라마의 간략한 줄거리는, 암울한 현실 속에서 매일 견디듯이 살아내고 있는 사채 일수꾼 강수(최태준)가 한 순간이라도 행복해지고 싶어 BLISS LAB이라는 연구소를 찾아가게 되면서 일어나는 일들을 담은 이야기입니다. 어린 시절 어머니(남기애)의 가출, 아버지(우현)의 가정폭력, 아버지 때문에 떠안게 된 사채 빛으로 시작된 황사장(박호산)과의 악연, 처음 설렘이라는 감정을 알게 해준 황사장의 애인 선영(전수진)에 대한 아쉬움 등으로 드라마가 시작합니다.


     어머니를 찾기 위해 천만원이라는 큰 돈을 썼지만 30년 된 사진 한 장을 가지고 사람을 어떻게 찾냐며 돈을 떼어먹은 흥신소에서 얻어 터지고, 몸도 성치 않은데 폐지를 주으러 다니는 아버지를 찾아 길을 헤매고, 그러다 또 쓰러지면 뒷감당은 누가 하냐며 아버지에게 악을 쓰지만, 아버지가 좋아하는 족발 하나 사들고 집으로 돌아오는게 낙인 강수입니다. "아버지. 이거 아버지 좋아하는 족발." 하지만 아버지는 악화된 병으로 인한 고통을 숨기느라 강수가 내민 족발을 밀쳐내게 되고 "내가 진짜 도대체 어디까지 맞춰야 돼? 어? 당신이 나한테 해준 게 뭐가 있다고, 내가 도대체 어디까지 망가져야 돼? 어!" 강수는 계속해서 아버지와 어긋나기만 합니다. 인형뽑기 하나도 마음대로 되지 않는 망할 세상. 결국 강수는 BLISS LAB 연구소를 찾아가게 됩니다.


    '당신... 행복해 지고 싶나요?'


     "행복이라는 건 결국 뇌의 화학작용입니다. 지금까지는 포도당을 제외하고 혈액 속에 그 어떤 물질도 들어가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개발한 이 캡슐은 다릅니다. (…) 그 어떤 의심조차 없는 완벽한 세상을 만나게 될 테니까요. (…) 과연 그 행복한 세상에서 나오고 싶을까요."


     어떤 의심조차 없는 완벽한 세상! 강수는 연구원 재희(배해선)가 내민 계약서에 싸인을 하려 하지만, 무슨 일인지 결국 싸인을 하지 못하고 돌아서게 됩니다. 황사장의 사무실로 향한 강수는 황사장의 돈을 훔치려던 선영과 마주치게 됩니다.

     "아저씬 꿈 같은 거 있어요?"

    "행복해지는 거요."

    "행복? 어떡하면 그렇게 되는 건데요? 내가 볼 땐 뭐가 됐든 아저씬 노답일 것 같은데."

     강수는 자신만큼이나 위태로워보이는 선영에게 더 마음이 끌리게 되는데요, 선영을 태우고 달리던 강수의 오토바이는 사고까지 납니다. 그 사이 아버지의 병세는 점점 심해지고, 이럴 줄 알았으면 차라리 계약서에 싸인이나 할 걸. 현실은 정말 노답입니다.


     병원에서 눈을 뜬 강수는 답이 없는 현실 때문에 결국 다시 BLISS LAB을 찾아가지만, 연구지원자들이 급증해서 연구참가비로 3억을 받기로 했다는 연구원의 말에 황사장의 돈을 훔치기로 결심합니다. 황사장에게 들켜 위기에 처하게 되지만 웬일인지 세상이 강수를 중심으로 돌아가기 시작합니다. 갑자기 들이닥친 경찰로 인해 강수는 황사장의 돈을 성공적으로 훔치게 되고, 이번 생에서는 가능하지 않을 것 같았던 아버지와의 소주 한 잔을 곁들인 따뜻한 화해, 황사장의 죽음, 연인으로 발전하게 된 선영과의 관계, 건실한 회사의 사장이 된 강수, 어머니와의 재회… 까짓 것 연구소에 3억을 갖다 바치지 않고도 내 힘으로 이렇게 행복해질 수 있구나! 강수는 선영과 결혼을 계획하며 가족들과 여행을 떠나고 어릴 적 소원이던 가족사진까지 찍게 됩니다.


     강수는 정말로 행복해진 걸까요? 의심을 할 틈도 없이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을 때, 알 수 없는 목소리가 강수의 삶에 들려옵니다.

     "나가. 당장 여기에서 나가." 

     생각지도 못했던 행운들이 한꺼번에 밀려오고, 어느새 사장에서 대표이사가 되고, 강수는 뽑는 족족 성공하는 인형뽑기 같은 인생이 점점 불안해지기 시작합니다. 편하게, 쉽게 생각하며 이 행복을 그냥 누리라고 하는 가족들. 강수는 과연 이 행복을 놓지 않을 수 있을까요?


     <키스 먼저 할까요>가 종영하고 후속 미니시리즈 <기름진 멜로>가 시작하기 전, 황금시간대에 편성된 <엑시트>는 정동윤 연출, 박연혁 극본의 4부작 단막극입니다. 2015년 SBS 극본공모 출신 박연혁 작가님, 앞으로 <엑시트>처럼 따뜻한 작품 많이 써주셨으면 좋겠습니다! 판타지 속에 담긴 차가운 현실에 대한 따뜻한 시선이 정말 좋은 드라마였습니다. 나 혼자만 행복한 것이 무슨 소용이 있는가, 아픈 현실에서 나를 완벽히 지워버리고 행복한 가짜 세계로 가도록 해준다면 나는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을까, 과연 그것이 정말 행복일까, 남은 사람들과 지난 기억들은 나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일까. 여러가지 생각들을 해볼 수 있는 드라마였습니다. 자칫 어렵게 풀어내면 이야기의 엉뚱한 틈 사이에서 길을 잃고 헤맬 수도 있었을 것 같은 소재인데, 박연혁 작가님의 쫀쫀한 구성과 정동윤 피디님의 연출, 그리고 배우분들의 연기 덕분에 강수의 인생을 잘 따라갔다 온 것 같습니다. 단막극 <엑시트>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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