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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섯가지상처> 자, 이제 가면을 벗고 상처를 드러낼 준비가 되셨나요?
    독서일지 2018. 6. 1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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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섯 가지 상처>를 읽었습니다. 신경증이 단순히 정신뿐 아니라 육체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이야기를 담은 책입니다. 마음의 상처를 다섯 가지 유형으로 나누어 설명하는 내용이 흥미로웠지만 생소하기도 했습니다. 정신과 육체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고, 다섯 가지 상처의 유형에 따라 육체도 각각의 특징을 띤다는 작가의 주장에 많은 의문이 들었고, 사람의 외형적인 모습으로 그 사람의 상처를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이 불편함을 주었기 때문입니다.


     책의 설명에 따르면, '도피하는 사람'의 가면을 쓴 사람의 신체적 특징은 오그라들어 있고 왜소하고 마르고 몸에 힘이 없으며, 원인 제공자는 동성의 부모라고 합니다. '의존하는 사람'의 가면을 쓴 사람은 키가 크고 마르고 생기가 없고 활력이 없고 등이 굽었고 하반신이 빈약하고 팔이 지나치게 긴 데다 신체 일부가 쳐져 있고, 원인 제공자는 이성의 부모라고 합니다. '마조히스트의 가면'을 쓴 사람은 살이 쪄서 몸 전체가 퉁퉁하고 목이 두껍고 살집이 두둑하며 턱과 골반이 튀어나왔고 얼굴은 둥글게 퍼진 느낌이며, 원인 제공자는 엄마라고 합니다. '지배하는 사람'의 가면을 쓴 사람은 힘과 에너지가 넘치고 남성은 어깨가 떡 벌어져 건장하고 여성은 상대적으로 어깨보다 엉덩이가 크고 배는 앞으로 불거졌으며, 원인 제공자는 이성의 부모입니다. '완고한 사람'의 가면을 쓴 사람은 몸이 곧고 바르지만 뻣뻣하게 굳어 있고 움직임도 뻣뻣하며 편하지 않으며, 원인 제공자는 동성의 부모라고 합니다.


     아마존 프랑스 심리 분야 5년 연속 1위인 책이라 큰 기대를 하고 읽었지만, 마음의 상처와 신체적 특징을 너무 확고하게 주장하고 있어 처음에는 거부감이 들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신체 특성에 영향을 주는 요소들이 너무나 많지 않은가 하는 의문이 떠나지 않았지만, 자아가 상처에 방어하기 위해 유도하는 행동들이 결국 신체 특성이라는 결과를 낳는다는 작가의 근거 있는 뒷받침들 때문에 점점 마음을 열고 읽게되더라구요. 책을 덮은 지금도 각기 다른 체질을 타고난 사람들이 똑같은 상처를 입는다고 해서 비슷한 신체로 변하게 될까 하는 생각에 작가의 주장을 100% 믿지는 않지만, 지금 나의 신체 특징으로 인해 내가 어떤 상처를 받았고 내 자아가 어떤 방어 기제를 사용해서 나쁜 싸이클로 내 몸을 유도하고 있는지 역으로 추적해가는 것도 좋은 방법일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책의 초반부에 있는 체크리스트를 활용해 '나의 상처와 가면 찾기'를 할 수 있습니다. 사람들 사이에 있어도 이방인 같은 느낌을 자주 받는다, 사람들에게 주목받는 건 너무 괴롭다, 물질적인 세계보다는 정신적인 세계에 매력을 느낀다, 불안하면 식욕이 떨어지고 단 것이나 알코올에 의존한다, 등이 앞으로 심하게 굽어 있다, 거절의 말을 듣게 되지 않을까 무섭다 등등 체크리스트 목록을 통해 다섯 가지 상처 중 나는 어떤 유형의 상처를 가지고 있는지 알아볼 수 있습니다. 거부의 상처로 인해 도피하는 사람의 가면을 쓰고, 버림받음의 상처로 인해 의존하는 사람의 가면을 쓰고, 모욕의 상처로 인해 마조히스트의 가면을 쓰고, 배신의 상처로 인해 지배하는 사람의 가면을 쓰고, 부당함의 상처로 인해 완고한 사람의 가면을 쓴다고 합니다. 겉으로 드러나는 경험과 내면에 숨겨진 상처가 다를 때가 많고, 그러므로 행동의 특성보다 신체적 특성에 주목하라는 작가는 '몸은 결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마음에 입은 상처는 다친 손가락과 같다. 당신은 제대로 치료도 하지 않고 반창고만 붙인 채 아무렇지 않은 척 한다. 상처를 들여다보기 싫어서다. 가면은 반창고다. 당신은 가면을 쓰면 상처받지 않은 듯 살아갈 수 있다고 믿지만, 그러긴 힘들 것이다. 여전히 상처는 아프고, 당신 안에 고스란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모두 그 사실을 잘 알지만 당신의 자아는 그것을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다. 그렇게 지금껏 당신을 속여 왔다.

     다친 손가락 이야기로 돌아가자. 반창고는 붙였지만 누군가 그 손가락을 건드릴 때마다 당신은 쓰라려 견딜 수 없다. 사랑하는 이의 손길에도 "아파! 건드리지 마!" 하고 외친다. 그가 얼마나 당황스러울지 상상이 가는가? 그는 당신을 아프게 할 생각이 조금도 없었다. 그저 당신이 상처를 내버려둔 탓에 건드릴 때마다 아픈 것일 뿐, 고통은 결코 그들의 책임이 아니다.

    -본문에서


     '도피하는 사람'이 가질 수 있는 몸의 상처로는 피부병, 설사, 부정맥(괴로운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한 방법 중 하나), 호흡기 질환, 광장 공포증(자신을 패닉으로 몰아넣을 법한 사람이나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한 행동장애), 당뇨나 저혈당(단 것을 너무 많이 먹어 췌장 질환인 당뇨나 저혈당), 우울증이나 조울증 등이 있습니다. '도피하는 사람'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패닉인데, 패닉에 빠질 것 같은 순간 자아는 바로 도망치기 때문에 스스로는 그 사실을 깨닫지 못하고, 그로 인해 마음은 물론 몸에도 상처를 남긴다고 합니다. 단순히 '도피하는 사람'의 가면을 쓴 사람의 신체 특징은 왜소하고 말르고 오그라들어있다는 말만 들었을 때는 거부감이 들었지만, 왜 그런지에 대해 읽어보니 어느 정도 수긍가는 면이 있었습니다. 엉뚱하게 '에너지가 넘치고 건장한 사람이 되고 싶으면 배신의 상처를 받아 지배하는 사람의 사면을 쓰면 되겠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에너지의 연료를 상처로 채운다면 더 큰 상처를 받기 위한 삐뚤어진 사람이 될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참고 견디고 버티지 말고 자신의 상처를 들여다보라는 작가의 메시지를 느낄 수 있어 결국은 좋은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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