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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심슨가족 작가가 알려주는 <마라톤에서 지는 법>
    독서일지 2018. 6. 13.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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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라톤에서 지는 방법이 궁금하기는커녕 마라톤 자체에도 관심이 없었지만 <마라톤에서 지는 법>을 읽었습니다. 왠지 코미디 책일 것 같은 냄새가 솔솔 풍겨오기에 덥썩! 책의 저자 조엘 H. 코언은 [심슨 가족] 작가로 일하고 있으며 운동 실력은커녕 운동 경기에 배팅하는 운조차 없는 배 나온 중년아저씨입니다. 마라톤에 관심을 가진 후 시험삼아 동네 한바퀴를 뛴 후 조상님들의 손짓에 누워 죽기 좋은 장소를 찾던 조엘이 결국은 뉴욕 마라톤 대회에 출전하기까지의 과정을 담은 책입니다.


    매일 아침, 아프리카의 영양 한 마리가 잠에서 깬다. 가장 빠른 사자보다 더 빨리 달리지 않으면 죽임을 당한다는 것을 영양은 알고 있다. 매일 아침, 아프리카의 사자 한 마리가 잠에서 깬다. 가장 느린 영양보다 빨리 달리지 않으면 굶을 것임을 사자는 알고 있다. 당신은 사자인가, 영양인가? 상관없다. 태양이 떠오르면, 그저 달리는 게 좋을 것이다.

    -크리스토퍼 맥두걸, <본 투 런>의 저자


     마라톤을 뛴다고? 내가? 26.2마일인데! 내가? 대체 무슨 생각이었던 거지?

     그럼에도 나는 그만두지는 않았는데, 그만둬봤자 환불을 받지 못할 것 같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였다. 확신하건대 스포츠에서 달성된 놀라운 위업 중 다수가 바로 환불불가 규정 덕분이었을 것이다. 듣기로는 제시 오언스가 1936년 올림픽 금메달을 딴 것도 그래서였다고. 베를린행 티켓을 취소하려고 전화했지만 항공사의 통화 대기시간이 너무 길어 짜증이 너무 난 그가 베를린에 그냥 가는 게 더 쉽겠다고 결정했단다.


     최종 결론 : 좋은 신발과 좋은 셔츠, 그리고 좋은 반바지를 사라. 앱을 다운도드받자. 그리고 당신은 결국은 GPS 시계를 원하게/필요로 하게 될 것이다. 다른 쓰레기들은 다 패스하자. 필요하지 않다. 게다가 당신은 이 책을 사는 데 이미 돈을 충분히 낭비했다.


    1년이 채 지나지 않아 나는 마라톤을 한 번 더 뛰었다. 준비가 된 느낌이었다. 나이를 먹어 더 현명해졌고 또한 약 18분이 느려졌다. 기록은 더 나빠졌지만 뉴욕에서는 내가 26,782등이었던 반면 시카고에서는 24,862등을 하며 1,920등이 상승한 것은 주목할 가치가 있다. 확실히 마라톤 대회에서 한 번씩 달릴 때마다 우승자의 자리에 약 2000등씩 가까워지고 있다. 이러한 속도라면 마라톤을 열세 번만 더 뛴다면 진짜로 우승하게 된다. 나는 그저 계속 훈련하고 계속 나아지면서 이 말도 안 되는 이론의 논리나 현실성을 계속 무시하기만 하면 된다.

    -<마라톤에서 지는 법> 중에서


     책 곳곳에서 찾을 수 있는 조엘만의 유머는 역시 심슨 가족 작가의 필력이구나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몇 년 사이 부쩍 우리나라에서도 기업 후원의 마라톤 행사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반려동물과 함께 달리는 댕댕런까지 생겨났으니! 앞으로 마라톤 행사가 더 많아지고, 마라톤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들도 더 많아질 것 같습니다. SNS에서 마라톤 인증샷도 점점 늘어나는 것을 보니 조만간 친구의 꼬득임에 혹해서 참여해볼 것 같기도 합니다. 저처럼 마라톤에서 지는 법은커녕 마라톤조차 관심 없는 분들도 재밌게 읽을 수 있는 책이라 추천하고 싶습니다. 또 하나둘 생겨나는 마라톤 행사에 관심이 생겨서 마라톤을 시작하려는 분들한테도 유용한 정보가 많이 담긴 책이라 추천하고 싶습니다.


     세계적으로 특색 있는 마라톤들도 많더라구요. 디즈니 유원지 4곳을 모두 도는 디즈니월드 마라톤, 5164개의 계단(;)과 만리장성 위를 달리는 만리장성 마라톤, 열사병과 동물의 공격을 감수해야(;;)하는 사파리컴 마라톤, 균열된 빙하의 큼으로 빠질 위험(;;;)이 있기 때문에 표시된 경로를 이탈하면 안 되는 북극권 마라톤, 30군데의 포도밭과 23군데의 와인 시음대(굿,엄지척)을 거치는 프랑스 메도크 마라톤, 마라톤 출발선이 위치한 베이스캠프를 향해 15일 동안 미리 산을 올라야 하는(;;;;) 에베레스트 마라톤, 완주자들에게 아내 체중만큼의 맥주를 주는(?) 아내 나르기 북미 대회 등등... 세상에 위험하고 힘들고 재밌는 일들이 이만큼이나 더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조엘에겐 전부다 가지각색의 이유로 참여할 수 없는 마라톤입니다(ㅋㅋ). 이렇게 특색 있는 마라톤 외에도 조엘은 여러 마라톤에 참여하지 못하는 이유들이 많았습니다. 도쿄 마라톤은 깨끗한 도시를 자신의 땀으로 더럽히고 싶지 않아서, 또 어떤 마라톤은 개최 시기가 조엘이 한창 운동 경기에 돈을 배팅하는 족족 잃는 시기와 겹쳐서, 시카고 마라톤은 '순환 코스'이기 때문에 조엘보다 늦게 출발한 다른 참가자들에게 주눅들기 싫어서 등등등등등... 책 제목을 <마라톤에 참여할 수 없는 이유를 쥐어짜 만들어내는 법>이라고 지었어도 괜찮을 뻔 했어요. 결국 조엘이 선택한 첫 마라톤은 적당히 지저분한 도시 위에서 적당히 특색 없이 적당히 주눅들지 않을 뉴욕 마라톤입니다. 조엘에 의해, 조엘을 위해 만들어진 것 같은 뉴욕 마라톤! 그래도 조상님의 손짓을 외면하고 달리고 또 달린 보람이 있구나!!! 당장 동네 한 바퀴 뛰고싶게 만드는 책입니다.


     결국은 마라톤을 뛰는 법에 대해 알려주는 좋은 책입니다. 저자가 '당신은 이 책을 사는 데 이미 돈을 충분히 낭비했다.'고 하지만, 가볍게 읽기에 좋은 책입니다. 테이퍼링(훈련 양을 천천히 줄이며 다리를 회복시켜 대회 당일에 맞게 준비하는 것), 탄수화물 축적(탄수화물을 최대한 섭취하여 신진대사 중 빈 공간에 글리코겐을 꽉꽉 채운다는 아이디어로 이렇게 저장된 글리코겐은 마라톤을 뛰는 도중 글루코스로 전환되어 에너지를 준다...?) 등의 조엘만의 팁아닌 팁과 함께 템포런, 파트렉 훈련, 인터벌 훈련, 스플릿, 네거티브 스플릿, 리커버리 런, 크로스 트레이닝, DNS/DNF, 싱글렛, 트레일 러닝 등 진지하게 마라톤을 준비하는 훈련 정보와 용어들도 정리되어 있습니다. 한 종목에 관심을 가지면 이렇게 많은 것들을 알아내가며 목표를 이룰 수 있구나 싶은 생각에 지금 제 취미들이 조금 심심한 것들이 아닌가 생각하게 되더라구요. 날씨도 좋은데 달려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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