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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아무 일 없던 사람보다 강합니다> 책으로 만나는 강연독서일지 2018. 6. 8. 15:45반응형
"목사님, 하나님 만나셨어요?"
"네, 만났습니다."
"제 이야기해보셨어요?"
"네, 했습니다."
"하나님께서 저에 대해 뭐라고 하시던가요?"
"선생님께서 계속 통화 중이라고 하시더군요. 전화 좀 끊으시라고요."
<당신은 아무 일 없던 사람보다 강합니다>를 읽었습니다. 계속 통화중이라고 전화 좀 끊으라고 능청맞게 이야기를 들려주던 김창옥 강사님의 얼굴이 떠오르는 것 같습니다. 유튜브에서 봤는지 어쩌다 어른 강연에서 봤는지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지만 TV 속에서 봤던 것 같은 김창옥 강사님의 이야기를 책으로 읽으면서 또 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김창옥 강사는 강연에서 부모님 이야기를 자주 하는데 책에서 아픔과 무뎌짐 그리고 극복에 대한 이야기들을 더 자세히 읽어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부모의 역사는 마치 내 가죽처럼 몸에 딱 붙어 있다는 이야기. 최근에 읽었던 책들 중에서 <어떻게 나로 살 것인가>와 <늙지 않는 비밀>이 떠오르더라구요. 아무리 부정하려고 해도 이미 나로 살아온 이상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이지 않나 싶습니다. 나의 세포 하나하나에 깊숙히 박힌, 마치 내 가죽처럼 몸에 딱 붙은 부모의 삶. 아무리 허물을 벗어도 달라지지 않을 것 같은 두려움이지만 그 두려움에 갇혀있어어만은 안 되겠다는 다짐을 책을 읽으며 또 한 번 해보았습니다.
피부처럼 내 삶에 붙어 있는 모든 상처와 열등감... 이게 붙어 있을 때 사람들은 우리를 무서워하기 시작합니다. 가죽이 붙어 살아 있는 뱀에는 사람들이 가까이 가려 하지 않습니다. 동물원 조련사나 뱀장수 말고는 가까이 가지 않습니다. 아주 소수의 특수한 사람만이 그 사람과 가까이 살려고 하지, 보통의 사람은 뱀처럼 멀리합니다. 무서워하고 놀랍니다.
어느 날 사람들이 당신 곁에 가까이 오려 하지 않는다는 걸 느낄 때가 있습니다. 사람들이 나를 무서워해요. 그런데 나는 억울합니다. 나는 아무것도 안 했거든요. 뱀이 뭘 해서 사람들이 무서워하나요? 그냥 나타나면 무서워하는 거죠. 뱀이 돌아다니며 사람을 공격하진 않습니다. 그저 자기 갈 길 가고 있는 거예요. 아니면 똬리를 틀고 쉬고 있는 거예요. 그런데 사람들이 "으아 뱀이다!" 하면서 놀라요. 그래서 뱀도 놀라서 순간 자기를 방어하려고 꽉 물어버리는 거예요.
삶도 그러합니다. 나는 내 갈길을 가고 있는데, 똬리 틀고 쉬고 있는데, 사람들이, 가족들이, 친구들이 나를 무서워하거나 기피하거나 나를 보며 놀랍니다. 그러면 나도 놀라는 그 사람들을 보고 기분 나쁘고 자존심 상하는 거예요.
-<당신은 아무 일 없던 사람보다 강합니다> 중에서
근육은 무엇을 들 때 사용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든다'는 것은 곧 '저항'을 말해요. 근육이 좋다는 것은 이 저항을 이겨내 들고야 마는 것을 의미합니다. 감정근육이 좋으면 감정의 저항을 잘 이겨낼 수 있습니다. 이것이 실질적인 인간의 사회활동이고, 인간관계의 비밀입니다.
우리 감정은 다양한 이유로 다칠 수 있습니다. 누군가에게 버림받을 수도 있고, 어린 시절 한창 예쁨 받아야 할 때 그러지 못했을 수도 있고, 내 존재를 깎아내리는 말을 들었을 수도 있어요. 그렇게 감정근육이 상처받으면 본능적으로 감정근육을 사용하는 걸 싫어하게 됩니다. 잘 사용하지 못할뿐더러, 사용해야 하는 상황이 오면 주저주저하게 되는 거지요. 그리고 '나는 사람 만나는 게 잘 안 맞아. 나는 원래 사람들과 섞이는 걸 좋아하지 않고 혼자 있는 게 좋아'라고 합리화합니다. 물론 혼자가 좋은 사람들도 있겠지만, 많은 경우 혼자가 좋은 게 아니라 감정근육이 없어서 사람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는 것입니다.
-<당신은 아무 일 없던 사람보다 강합니다> 중에서
김창옥 강사님의 강연을 여기저기서 많이 봤기 때문에 어느 날은 예전에 들었던 이야기를 또 들을 때가 있습니다. 그런데 또 다른 이야기처럼 느껴지는 유쾌함이 정말 좋더라구요. 가족 이야기와 회사 이야기. 왜 사람들이 나의 마음 같지 않을까 싶어 상처를 받기도 하지만, 만나고 떠나는 과정들에서 마음의 변화에 대해 들려주는 김창옥 강사님만의 이야기를 책으로 읽으니 더 좋았습니다. 왜 열에 아홉은 결국 떠나는 것일까 하는 생각에 인간관계에 대한 회의를 느끼지만, 결국 남은 한명을 만나기 위해선 떠나는 아홉의 사람을 만나야만 하는게 인생이 아닐까 하는 생각에 공감하였습니다.
'내 마음에 툇마루가 있다면' 누군가 찾아왔을 때 바로 들어오라고 하지 않아도 되고, 상대방도 바로 들어오기 어려울 테니 한 템포 쉬었다가 들어올 수 있는 공간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우리는 자꾸 뭔가를 통과해서 저 너머의 세상으로 가야지만 내 삶이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또 그것을 희망이라고 생각하고 거기에 속아 넘어갑니다. 하지만 아시다시피 하나의 오디션을 통과하면 그 다음엔 또 다른 관문이 나타납니다.
관계에 대해 여러 생각을 하고, 결국 나는 어떤 존재이며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꿈을 이루기 전까지 '아무것도 아닌 나'의 삶을 어떻게 존중해주고 살아야 하는지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할 수 있는 책이었습니다. 하나의 오디션을 통과한 이후의 삶이 진짜 내 삶이며 그 전까지의 시간은 소모적인 것에 불과하다는 마음으로 살다가는 다음 생이라는 오디션을 앞둔 채 죽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아차, 정신이 번뜩 뜨였습니다. 또 어디선가 강사님의 강연을 보게 되면 반갑고 또 새로운 기분이 들겠지만 책으로 만난 시간도 참 좋았다고 오래 기억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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