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어디서 살 것인가> 우리가 사는 도시에 대한 이야기
    독서일지 2018. 6. 18. 17:26
    반응형

     교보문고 '우리가 만드는 책' 이벤트 알고 계시나요? 출판사에서 책을 기획하고 출간할 때 독자의 투표 참여를 통해 표지 디자인이나 책의 제목 등을 선정하는 교보문고만의 서비스입니다. 저는 주로 모바일 교보문고 메인 페이지를 통해 접속하여 종종 투표를 하는데요, 선착순 1000명이 마감되면 종료되는 상시 이벤트라 투표가 생각나서 교보문고 어플을 종종 켜보는 것 같습니다. 1000명 안에 들어서 투표를 하면 e-교환권 200원을 주는데, 사실 e-교환권보다는 신간의 표지나 책의 제목 등에 한 표 던지는 것이 더 재밌습니다. 오늘도 켜보니 '그레이엄 무어의 신간 소설 제목' 투표와 '한밤중에 강남귀신의 표지' 투표가 진행중어서 한표씩 던지고 왔습니다. 오늘은 골든타임도 1000원 당첨되었으니 오늘의 미션도 참여하여 1000원이 나오면 장바구니에 담아두었던 책 한 권을 사볼까 합니다.


     알쓸신잡2에 출연한 유현준 작가님의 신작 <어디서 살 것인가>를 소개하면서, 웬 교보문고 서비스 소개가 길어졌습니다. '우리가 만드는 책'을 통해 <어디서 살 것인가>의 책 제목 투표를 했었다는 얘기를 하고 싶었는데 사족이 너무 길었...

     책 출간 전에 있었던 투표, '어디서 살 것인가', '어느 도시에 살 것인가', '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2' 후보 중에서 저는 '어디서 살 것인가'에 투표를 했었습니다. 그런데 투표 결과는 '어느 도시에 살 것인가'가 간발의 차로 1위를 했더라구요! 378표와 365표... 난 '어디서 살 것인가'가 더 간결해서 마음에 드는데, 역시 전작의 여운을 이어가려면 '어느 도시에 살 것인가'가 더 나은가 아리송했습니다. 그런데 두둥!! '어디서 살 것인가'로 출간되었습니다. 우리가 만드는 책 투표 결과에 따라 100% 출간되는 건 아니구나 싶은 마음도 들고, 또 원하던 제목으로 출간되어서 반갑기도 하고 그랬습니다.

     <어디서 살 것인가> 우리가 사는 도시를 건축가의 시선으로 볼 수 있었던 좋은 책입니다.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 건물에 대한, 밥상머리 사옥에 대한, 서울의 공원에 대한 작가의 생각을 통해 그저 나의 방 한칸을 어떻게 꾸밀 수 있을까하는 정도로 공간을 바라봤던 시선을 책속에서나마 넓힐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우리의 아이들은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전체주의적인 공간에서 지내게 된다. 이런 곳에서 자라난 아이들은 대기업과 공무원과 대형 쇼핑몰을 더 편안하게 생각한다. 지금의 학교 건축은 다양성을 두려워하는 어른을 양산해 낼 수밖에 없다. 우리 사회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학교 건축의 변화가 시급하다.


    요즘 어린아이들은 전화기를 나타내는 수화기 모양의 심볼이 뭘 뜻하는지 모른다고 한다. 왜냐하면 이 아이들이 태어나서부터 본 전화기는 사각형의 휴대폰밖에 없기 때문이다. 자동차도 바퀴가 네 개 달렸다는 것 빼고는 다 바뀌었다. 비행기도 쌍엽기에서 건물만 한 제트기로 변했다. 그런데 학교의 모습은 예나 지금이나 똑같다. 특히나 우리나라 학교 건물은 더욱 그렇다. 아버지가 다닌 학교와 자녀가 다니는 학교가 똑같다.

    -<어디서 살 것인가> 중에서


     외관을 보면 교도소와 크게 다르지 않은 학교 건물들. 인류 역사 속에서 9시까지 등교해야 하는 학교라는 시스템이 생긴 건 그리 길지 않다지만 인생의 절반이 학생 신분이었던 걸 되돌아봤을 때, 비슷비슷한 학교 건물이 앞으로 어떻게 달라져야하는지 잘 상상이 되지 않더라구요. '역시 난 이미 다양성을 두려워하는 어른이 되어버린 거야' 하는 절망이 살짝 스쳐지나갔습니다. 밥상머리 사옥에 대해 얘기를 들려주었던 것처럼, 앞으로 학교 건물이 어떻게 변화되길 바라는지에 대한 작가님의 메시지가 부족했던 것 같아 쬐에끔 아쉬웠습니다. 요즘 변화하는 속도를 봐서는 앞으로 10년, 20년 후에도 등하교 개념이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더더욱 어려운 문제인 것 같습니다.

     1인 가구가 늘어감에 따라 작고 실용적인 집의 수요가 앞으로 늘어날텐데, 그로 인해 생겨나는 결핍을 도시가 어떻게 감싸주어야 하는가에 대해 뉴욕과 서울의 공원을 비교하는 부분도 재밌었습니다. 뉴욕에서 짧게 두어달 지냈던 적이 있는데, 정말 이 공원 저 공원 걸어다니기 편한 도시였던 것 같아요. 공원이 참 많다고 느꼈지만, 10킬로 미터 내에 10개의 공원이 배치되어 있고 평균 도보 이동시간이 13.7분.. 정말 짧은 거리였네요. 반면 서울은 15킬러미터 내에 있는 9개의 공원 간 평균 이동 시간이 한시간 1분이라고 해요. 뉴욕과 서울이라는 도시의 모양과 면적이 다른데 올바른 비교일까 하는 생각도 짧게 들었지만, 1인 가구가 늘어나는 변화를 따라 우리만의 라이프스타일을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에 공감되었습니다. 제일 좋아하는 서울숲 공원을 갈라치면 소풍가는 기분이 드는데요, 그만큼 멀다는 것... 작은 공원들이 더 많이 생겨났으면 좋겠습니다. 뉴욕의 유니언 스퀘어처럼 꼭 큰 공원이 아니라도 아기자기한 광장과 잘 배치된 벤치처럼 쉬었다 가는 곳이 생기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힙합 가수들이 후드티를 입는 이유'?? 아니, 도시와 건축에 관한 책인데 웬 힙합가수? 싶었지만, 후드티를 입고 머리에 수건을 쓰고, 손을 좌우로 넓게 흔드는 것이 자신의 공간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에서부터 나왔다는 건축적 시선이 재밌었습니다. 그 외에도 괴베클리 테페의 발견으로 농업이 시작되면서 정착생활을 한 것이 아니라 건축을 위해 정착하면서 농럽혁명과 이어졌다는 내용도 재밌었습니다. 나의 공간을 대하는 태도에 관한 책을 처음 읽었을 때, 그동안 내집에 왜 그렇게 무심했었지 하는 충격이 있었는데, <어디서 살 것인가>를 읽고나서 내가 사는 도시와 건물들, 그리고 아이들에 대해 여러 생각을 해볼 수 있었습니다. 좋은 책, 추천합니다.

    반응형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