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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곰돌이 푸 이야기 전집> 푸의 진짜 모습
    독서일지 2018. 6. 16. 2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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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곰돌이 푸 이야기 전집>을 읽었습니다. 저자 알란 알렉산더 밀른, 그리고 그림 어니스트 하워드 쉐퍼드! 우리에게 친숙한 푸의 모습이 아닌, 처음 푸가 탄생했을 때의 모습을 삽화로 볼 수 있어 읽으면서 아기자기한 행복을 느꼈습니다. 알란 알렉산더 밀른은 1882년 런던에서 태어난 아동문학가입니다. 1913년에 결혼해 1920년 아들 크리스토퍼 로빈 밀른이 태어났고, 이후 아들을 위한 어린이 책을 집필하면서 아동문학가로 이름을 날렸지만, 또 영국을 대표하는 극작가라고도 합니다. <곰돌이 푸 이야기 전집>은 아들이 가지고 놀던 다양한 동물 인형들을 의인화한 작품입니다. 푸도 피그렛도 모두 크리스토퍼 로빈의 인형으로 시작했습니다.


     지금 에드워드 베어가 크리스토퍼 로빈의 뒤에서 쿵, 쿵, 쿵, 뒤통수를 부딪히며 계단을 내려오고 있다. 에드워드 베어는 자기가 아는 한은 계단을 내려오려면 이 방법밖에 없지만, 가끔은, 잠깐이라도 머리 부딪기를 멈추고 궁리해 볼 수만 있다면 다른 방법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처음 푸가 소개될 때, '쿵, 쿵, 쿵, 뒤통수를 부딪히며 계단을 내려오고 있다'고 묘사되었는데, 아마 어린 아이들이 인형의 발을 잡고 계단을 내려오다보면서 인형의 머리가 계단에 쿵쿵 찧는 모습을 나타낸게 아닌가 싶습니다. 인형으로 모습을 드러낸 푸우지만, 크리스토퍼 로빈으로부터 "미련한 곰딴지!"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푸우다운 모습을 되찾아가는 모습을 책 속에서 볼 수 있습니다. 책은 ,그녀에게, '손을 맞잡고 우리가 왔소. 크리스토퍼 로빈과 내가 당신 무릎 위에 이 책을 올려 놓으러. 말해 주겠소, 당신이 놀랐다고? 말해 주겠소, 당신 마음에 들었다고? 말해 주겠소. 당신이 정말로 바란 책이었다고? 이 책은 당신 것이고, 우리는 당신을 사랑하오.'라는 서문과 함께 시작합니다. '옛날 옛날, 지금으로부터 아주아주 오래 전, 그러니까 지난 금요일 쯤에'라는 능청스러운 문장으로 시작하고, '지금 피글렛은 푸 혼자서 웅장한 서문을 독차지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질투를 하고 있다'고 말하는 사랑스러운 책입니다.


     책의 목차를 살펴보면 '우리가 위니 더 푸와 벌들에게 소개되고, 이야기는 시작된다', '위니 더 푸가 래빗네 집에 다니러 갔다가 좁은 곳에 꽉 끼어 버리는 이야기', '꼬리를 잃어버린 이요르에게 푸가 꼬리를 찾아 주는 이야기', '크리스토퍼 로빈이 친구들을 데리고 북극 타멈을 떠나는 이야기', '티거들이 나무에 올라가지 못한다는 것을 보여 주는 이야기', '크리스토퍼 로빈과 푸는 마법에 걸린 장소로 가고, 우리는 거기에서 둘과 헤어진다' 등 목차의 소제목들까지도 무지 사랑스러운 책입니다. 푸와 피그렛이 서로서로 잔꾀를 써가며 밀당하는 장면이나, 푸가 꿀단지의 밑바닥까지 꿀인지 확인하기 위해 꿀을 밑바닥까지 다 먹어버리는 에피소드들이 기억에 남습니다.


     피그렛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지. 둘이 거기에 대해서 논쟁을 시작하려는데, 퍼뜩 피그렛은 함정에 도토리를 놓게 되면 자기가 구해 와야 하지만, 꿀을 놓게 되면 푸가 가지고 있는 꿀을 조금만 손해 보면 된다는 걸 생각해 냈단다.

     피그렛이 말했어.

     "좋아. 그럼 꿀로 해."

     그런데 마침 그때는 푸도 피그렛하고 똑같은 생각을 하고 "좋아, 꾸토리(도토리)로 해"라고 말하려던 참이었어.


     "그래, 꿀이야. 의심할 필요 없어. 밑바닥까지 죄다 꿀일걸. 아마 그럴 거야. 물론 누군가가 장난으로 바닥에 치즈를 깔아놓지 않았다면 말이지. 쪼금만 더 먹어 보는게 좋을지도 몰라... 그냥 혹시... 혹시 헤펄럼프가 치즈를 좋아하지 않을 수도 있으니까... 나처럼... 아!"

     푸는 한숨을 푹 내쉬었어.

     "내가 맞았어. 이건 꿀이야, 단지 밑바닥까지 다."


     크리스토퍼 로빈이 슬픈 표정으로 물었다.

     "그런데 난 이요르한테 아무것도 주지 않았어요?"

     "물론 너도 줬지. 넌 이요르한데... 기억 안 나니? 왜 그... 조그만... 조그만..."

     "뭘 그릴 수 있는 물감 한 상자를 줬잖아요."

     "바로 그거였어."

     "난 왜 아침에 선물을 주지 않았어요?"

     "넌 이요르의 생일 파티 준비를 하느라 아주 바빴단다. 그래서 이요르는 시럽을 얹은 케이크랑 양초 세 자루랑 분홍색 설탕으로 이름을 새겨서..."

     크리스토퍼 로빈이 말했다.

     "응, 나도 기억나요."


     이 책을 읽으면서 묘한 슬픔 또한 느끼게 되었는데요, 크리스토퍼 로빈이 지난 일들을 기억하지 못하는 장면이나, 점점 어른이 되어가는 모습들을 보면서 마음이 저릿저릿 하더라구요. 책 소개를 찾아봤더니 '여섯살이 넘으면 추방되는 영원한 어린이의 세계'라고 표현되어 있었습니다. '시냇물은 숲의 가장자리에 이를 무렵에는 다 자라나서 거의 강이 되었는데, 이제 어른이 되었기 때문에 어렸을 때처럼 뛰어다니지도, 팔짝팔짝 뛰지도, 콸콸거리지도 않고 훨씬 느릿느릿 움직였단다. 이젠 어디로 가고 있는지 알고 있었거든.' 크리스토퍼 로빈이 어른이 되면, 미련한 곰딴지 푸우는 쿵, 쿵, 쿵, 뒤통수를 찧으며 계단을 내려올 필요 없이 방 한켠에 자리잡은 인형으로 돌아가겠죠. 우리 모두에게 있었던 영원한 어린이의 세계를 다시 들여다보고 추억하고 싶은 분들께 <곰돌이 푸 이야기 전집> 추천합니다!


     "푸, 이 세상에서 네가 가장 좋아하는 일이 뭐야?"

     "글쎄,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일은..."

     푸는 생각을 하느라고 멈춰 서야 했단다. 꿀을 먹는 일이 좋긴 하지만 꿀을 막 먹기 시작하기 직전, 바로 그때가 더 좋았거든. 하지만 푸는 그때를 뭐라고 부르는지 몰랐어. 그러고 나서 푸는 크리스토퍼 로빈과 같이 있는 것도 아주 좋아하는 일이라고 생각했고, 피글렛하고 가까이 지내는 것도 아주 다정한 일이라고 생각했지.

     푸는 찬찬히 다 생각해 보고 나서 대답했어.

     "내가 이 세상에서 가장 좋아하는 일은 나하고 피글렛이 너를 만나러 찾아가면, 네가 '뭔가 좀 먹는 게 어때?'라고 말하고, 내가 '글쎄, 난 괜찮을 것 같은데, 피글렛, 너는 어때?"라고 대답하는 거야. 밖은 콧노래를 부를 것 같은 날씨고, 새들이 노래를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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