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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간의 위로:삶을 바꾸는 나만의 집>
    독서일지 2018. 1. 22. 2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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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간의 위로>는 작년에 읽은 많은 책들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책 3권에 꼽힐 책입니다. 이 책이 그렇게도 와 닿았던 이유는 저의 상황과도 관련이 있었겠지만, 맘 편히 가볍게 읽을 책을 찾는 분들께도 추천하고 싶습니다. 또한 비슷한 얘기를 하는 미니멀라이프 책들 중 좀 더 특별한 얘기를 들려주는 책은 없을까? 고민하는 분들께도 추천하고 싶습니다. 저는 소소한 물욕이 있고, 스스로도 어이없다 싶을 정도로 애착이 가는 물건을 소중하게 다룹니다. 그런 저에게 많은 미니멀라이프 책들은 꼭 제가 잘못된 것 같은 이질감을 주더라구요. 그러던 중 발견한 <공간의 위로>는 버리는 것에 대한 고찰과 동시에 간직하는 것과 채우는 것에 대한 소중함도 함께 얘기해주는 책이었습니다. 건축물 보존 전문가이자 인테리어 디자이너인 소린 밸브스가 쓴 책으로, 본인의 경험과 본인에게 도움을 청한 많은 고객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가진 돈이 두 푼밖에 없다면 한 푼으로는 방 한 덩이를 사고 한 푼으로는 백합 한 송이를 사라.

    -중국 속담


    현관문을 지날 때는 잔잔한 기악곡이 흘러나온다. 햇빛이 사그라질 무렵에 켜지도록 조명의 타이머를 맞춘다. 싱싱한 꽃이 곳곳에 놓여 있다. 아침에 집을 나서기 전에 나는 가운과 슬리퍼를 가지런히 펼쳐놓는다. 그것들은 내가 집에 돌아올 때까지 나를 기다리고 있다. 부엌에는 가볍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이 약간 항상 준비되어 있다. 어쨌든, 나를 돌보는 일은 내 몫이 아니겠는가?


    7단계 '향상하라' 챕터를 시작하는 단락입니다. 좋아하는 사진과 향초, 손에 기분 좋게 딱 맞는 유리컵, 편안하게 기댈 수 있는 쿠션 등등 섬세한 손길로 공간에 생명을 불어넣어라고 알려줍니다. 그렇다고 해서 꼭 모든 걸 다 채워넣을 수 있는 집이 필요하다고 말하진 않습니다. 작은 원룸에서 지내는 저 역시 이 책을 읽으며 방이 두 개 정도는 되는 집이 없어서 슬프다는 생각을 하지는 않았으니까요. 방이 두어개 있는 집이 생겼을 때도 버리지 않고 가져갈 나의 물건들을 더 소중하게 생각하게 되었고, 더 넓은 집이 생겼을 때 공허하지 않도록 무엇을 준비하고 싶은지 행복한 상상을 했으니까요.


    소린 밸브스가 만난 고객의 사례 중 릴리의 이야기가 기억에 남습니다. 넓은 집을 가지고 있지만, 소파는 현관을 등지고 있어서 현관을 들어서는 사람을 환영한다는 느낌이 없었고, 부엌에는 작은 식탁과 의자가 하나만 있었습니다.


    "의자를 두 개 놓으면 내가 누군가를 그리워하는 것처럼 보일 거라고 생각했어요. 외로울 것 같았어요."


    혼자 살고 있어서 그 집을 한 사람만을 위한 공간으로 꾸미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생각하였고, 옷장을 열면 지난 결혼식에서 입었던 웨딩드레스가 눈에제일 먼저 들어오게 걸려있었습니다. 전남편과는 친구사이가 되었지만, 좋은 시절을 기억하고 싶다는 릴리의 마음 때문이었죠. 릴리는 소린 밸브스를 통해서 하얀 웨딩드레스에 대한 감정을 정리하고, 새로운 연인이 자신의 공간에서 편안함을 느낄 수 있도록 공간을 변화시키고 마음을 열었습니다.


    "지금은 옷장을 열어도 웨딩드레스가 보이지 않아요. 그 새하얀 드레스는 일이 잘못될 수 있다는 걸 떠올리게 하곤 했어요. 더는 세상을 그런 식으로 보고 싶지 않아요."


    또한 소린 밸브스 본인의 집에 대한 이야기도 실어 놓았습니다. LA에 있는 '소든 하우스'라는 역사 있는 저택을 갖게 되고, 자신의 공간으로 꾸몄음에도 뭔가 불안함을 느끼던 소린 밸브스는 친구를 통해 <블랙 달리아>라는 책에서 살인사건의 배경이 된 집이 바로 소든하우스라는 소식을 전해듣게 됩니다. <블랙 달리아>는 스티브 호텔이라는 남자가 쓴 책으로, 스티브의 아버지이자 외과 의사인 조지 호텔이 실제로 소든 하우스에서 저지른 여러 살인사건을 담고 있습니다. 이유없이 느꼈던 불안함을 원인을 알게 된 소린 밸브스는 자신의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해나갑니다.


    자기계발서와 미니멀라이프 책의 중간 쯔음에 있는 책이지만, 그 이상의 가치가 있는 책인 것 같습니다. 지금 꼭 멋진 집에 살고 있지 않다고 해도 충분한 감동을 받을 수 있을 거예요. 미세먼지가 걷히고 겨울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오늘 같은 날에는 더욱 읽기 좋을 것 같습니다. 도로변에 위치한 저의 집은 여러모로 불편함이 많은 건 맞습니다. 하지만 보일러실에서 보이는 엉킨 전기줄에 맺힌 빗방울도 오늘따라 좀 예뻐보이고, 너무 쨍해서 암막커튼을 달게 했던 주황빛 가로등 불빛도 오늘은 따스하게 느껴지네요. 멋진 집을 어떻게 꾸며야 할 지 몰라서 고민인 분들께도 추천합니다. 하지만 저처럼 작은 원룸에서 살아서, 잠시 살다 떠날 공간이라서 방치하고 있는 학생이나 직장인 자취생 분들도 읽어보면 좋을 것 같아요. 편안히 쉴 수 있는 집으로 바꾼다면, 앞으로 만날 집은 더 편안한 집이 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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