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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메이드 인 공장> 효모같은 사람이 되어야지
    독서일지 2018. 2. 4. 0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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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엇이든 쓰게 된다>를 읽고 김중혁 작가님의 매력에 푹 빠져버렸어요. 소설가라고 하셔서 빨리 작가님의 소설을 찾아 읽어야지 했는데 어쩌다보니 또 소설이 아닌 작가님의 책을 읽게 되었습니다. 제목을 보고는 소설일거라 생각하면서도, 또 작가님의 재치가 담긴 비소설 책이지 않을까 짐작했어요. 긴가민가했는데 소설이 아닌, 정말 공장 체험 답사기였습니다. 한겨레에 연재했던 것들을 책으로 모아 출간하신 거였어요. <무엇이든 쓰게 된다>에서 느꼈던 작가님의 유쾌함을 더 크게 많이 느낄 수 있는 책이었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웃픈 에피소드는 간장 공장에서의 이야기였어요. 


    신입 직원들을 숙성 탱크로 데리고 가는 것은, 그러니까 탱크 속에서 열심히 일하고 있는 효모 선배들에게 인사를 시키는 셈이다.

    '효모 선배님, 이제 저도 간장의 세계에 뛰어들어보려 합니다. 많은 지도 편달 바랍니다.'

    '그래, 시간을 견디는 게 쉬운 일이 아니란다. 나는 몇 개월 후 살균실에서 사라지고 말지만 나의 마음은 간장에 담겨 있을 것이야'


    작가님이 사물을 바라보는 관점이 독특하면서 따뜻하다 생각했었는데, 낄낄낄 웃으며 읽다가 간장의 대사에서 슬퍼지게 만들어버리네요. 작가님이 글을 쓰는 과정을 공장에 비유한 단락도 재밌었어요. 숙성창고를 거치는 글들이 너무 높거나 너무 낮은 온도에 변질되지 않도록 '따뜻한 마음으로 바라보되 차가운 시선을 유지'하는 작가님의 마음 덕분에 이렇게 재밌는 책을 읽을 수 있는 거겠죠. 지구본 공장에서 가장 힘든 점은, 심심하며 수도를 옮기는 나라들 때문에 지도를 바꾸고 지구본을 업데이트 하는 것이라고 해요. 그러다 지구본 판매량이 수직상승 하는 시기가 있는데, 전쟁이 일어났을 때라고 하네요. 


    얘들아, 여기에서 지금 사람들이 죽고 있단다. 이렇게 지구본을 돌려보면 참 가까운 나라인데 말이지, 거기에서 지금 누군가가 죽어가고 이쓴 거야. 독재자의 생각처럼, 지구는 생각보다 크지 않다. 모든 사람들이 충분히 같이 아파할 수 있는 거리에 있다.


    제가 공장 견학을 가서 지구본의 판매량에 대한 얘기를 들었다면, 과연 저런 생각의 반의 반이라도 할 수 있었을까요. 더 똑똑해지고 마음과 생각이 넓고 깊어져야겠다는 욕심이 불끈불끈 나는 시간이었습니다. '공장 문을 열었는데 일도 없고 돈도 못 벌면 어떻게 되는지 아세요? 기술력이 일취월장합니다.'라고 말하던 이길용 대표님의 엘피팩토리 공장도 기억에 남아요. 언젠가 빛을 발하실 것 같습니다. 라면 공장 이야기도 재밌었는데요, 신라면을 사서 포장을 뜯었을 때 수프가 앞쪽에 있으면 저속 라인, 뒤쪽에 있으면 고속 라인에서 생산된 것이라고 해요! 너구리 라면의 말린 다시마는 수작업이라고 하네요. 그래서 우리가 가끔 다시마 2개 로또를 맞을 수 있는 거구요. 이 외에도 콘돔 공장, 브래지어 공장, 초콜릿 공장, 도자기 공장, 맥주 공장 등등 재밌는 곳을 많이 방문하셨어요. 저는 이 중에서 맥주공장밖에 가보질 못했네요. 그것도 공장이라기보다는 여행 일정으로 다녀온 곳들인데요, 보스턴의 사무엘 아담스 맥주공장과 삿포로의 삿포로 맥주 공장을 갔었어요. 삿포로 맥주공장은 아주 작았지만, 사무엘 아담스 맥주 공장은 으리으리하고 투어도 재밌었던 기억으로 남아있어요. 이렇게 여행으로 가는 것 말고, 정말 사물에 대한 호기심과 궁금함을 안고 공장에 방문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네요. 제일 가고 싶은 공장은, 저는 홍삼 공장이랑 베스킨라빈스 공장입니다. 정반대의 성격을 지닌 두 곳이지만 둘 다 궁금하네요! 또 김중혁 작가님께서 아직 공장을 방문하시거나 다시 가실 생각이 있다면 시디즈 공장을 추천하고 싶어요! 카피라이터 분이 쓴 책에서 시디즈 공장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데, 김중혁 작가님의 시선으로 바라본 공장과 의자에 대한 이야기가 궁금하기 때문입니다. 심심하신 분들, 가볍게 시작해서 묵직하게 마지막 페이지 덮고 싶으신 분들께 <메이드 인 공장> 추천합니다! 아마 저와 같이 효모가 되고 싶어 지실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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