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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룡소 클래식 35 <행복한 왕자>를 사고 필사노트를 받다
    독서일지 2018. 6. 25. 1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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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절대로 절대로 필사노트를 받기 위해서 어린이책을 산 것은 아닙니다. 반년 전쯤인가, 어릴 때 책꽂이에 빽빽했던 어린이 전집들이 갑자기 보고싶어서, 특히 <행복한 왕자>를 다시 읽고 싶어져서 전자책으로 행복한 왕자를 샀었어요. 그런데 어릴 때 읽던 그 느낌이 안 들더라구요. 이유가 뭘까 곰곰히 생각해보니, 이야기들 보다 어린이 전집 속의 알록달록한 그림들이 그리워졌던 것 같아요. 그래서 전자책을 접어두고 도서관에 가서 어린이책들을 뒤적뒤적 해봤는데 역시 어릴 때 읽던 느낌이 나지 않았습니다. 더이상 어린이가 아닌 것이 가장 큰 이유겠지만, 1990년대 그림 전집책과 요즘 그림 전집책의 그림체가 다르기 때문이기도 하겠죠. 다 기억나진 않지만, 행복한 왕자와 성냥팔이 소녀의 그림들이 유독 그리워집니다. 인형들이랑 찍은 어린 시절 사진들은 많아서 사진들을 보다보면 그때 인형들 각각의 감촉들이 떠오르곤 하는데, 전집을 배경으로 찍은 사진은 한 장도 없어서 어느 출판사의 옛날 책들인지도 알 방법이 없네요. 네, 지금까지 필사노트를 받기 위해서 어린이책을 산 것이 아니라는 변명들이었습니다. 정말 순수한 동심 때문에 그림책이 읽고 싶어져서 어린이책을 산 것이 확실합니다. 옥션에서 영프리미엄 15% 할인 쿠폰과 카드 할인 15%를 이용하면 30% 가까이 할인을 받고 같은 책을 살 수 있음에도, 온라인 서점의 번영을 위해, 책은 서점 사이트에서 사야할 것 같아서 산 것이지, 절대 서점사에서만 필사노트 증정 이벤트를 진행하기 때문에 필사노트를 갖고 싶어서 30%의 할인을 포기한 것이 아닙니다.(지갑아, 통장아, 내 미래야, 미안해) 

     어쨌든, 비룡소 클래식의 <행복한 왕자>를 샀고, 배송이 왔고, 필사노트도 왔고, 나의 악필을 필사노트에 새길 수 없어서 필사노트는 소장용일 뿐이고, 사실 비룡소 클래식의 그림체가 내가 원하는 그림체가 아니었지만 어느덧 그것은 중요한 게 아니고, 뭣이 중허냐면 결국 필사노트를 갖게 되었다는 것이 중요하다는 이상한 논리입니다.



     비룡소 클래식 35번 『행복한 왕자』(오스카 와일드 글, 찰스 로빈슨 그림, 원재길 옮김)와 비룡소 클래식 Handwriting Note입니다. '오랜 시간 변하지 않는 가치가 담긴 비룡소 클래식 속 명구절을 담았습니다. 마음에 드는 글을 따라 적어 보고, 종이를 떼어서 나만의 공간을 장식해 보세요. 아끼는 사람에게 문장을 선물할 수도 있습니다.' 비룡소 클래식 1 『보물섬』부터 최근 출간한 42 『빨간 머리 앤』까지 명문장들이 담겨 있습니다.


     "사랑스럽고 귀여운 제비야. 하나같이 참으로 놀라운 이야기로구나. 그런데 사람들이 겪는 괴로움보다 놀라운 건 없단다. 이 세상에 불행만큼 이해하기 힘든 게 또 있을까?" 왼쪽이 <행복한 왕자> 책, 그리고 오른쪽이 같은 구절을 담은 필사노트입니다. 엽서북 형식으로 한장씩 깔끔하게 뗄 수 있게 되어 있지만, 사실 왼쪽 페이지의 문장을 오른쪽 페이지에 따라 적을 수 있게 구성되어 있어서, 필사 후 떼어내면 뒷면은 다른 명문장이 쓰여있습니다. 어차피 소장용이라 중요하지 않지만..


     <행복한 왕자>의 줄거리는, 온몸이 얇은 순금으로 덮여 있고, 두 눈에는 반짝이는 사파이어가, 손에 쥔 칼자루에는 빨간 루비가 반짝거리고 있는, 도시 중앙에 우뚝 솟아 있는 행복한 왕자는 도시를 대표하는 멋진 동상입니다. 갈대에게 마음을 주었다가 매몰차게 차인 제비는 이집트로 떠나기 전 행복한 왕자 동상 아래서 하룻밤을 묵으려고 하는데요, 갑자기 빗방울이 뚝 떨어집니다. "구름 한 점 없이 하늘이 맑고 별들도 반짝반짝 빛나고 있잖아. 그런데 갑자기 빗방울이 떨어지다니, 북유럽은 여간 날씨가 변덕스럽지 않다니까." 그런데 알고보니 빗방울은 행복한 왕자의 눈물이었습니다.

     "나도 살아 있을 때는 다른 사람들처럼 따뜻한 심장을 갖고 있었단다. 그런데 그때는 눈물이 무언지 몰랐어. 아무런 걱정 없는 궁전에서 살았거든. 그곳엔 슬픔이 파고들 자리가 없었지. 낮엔 친구들과 정원에서 놀았고, 밤엔 아주 넓은 방에서 앞장서 춤을 추었어. 정원 주위에 높다란 담이 빙 둘러쳐져 있었는데, 그 너머엔 어떤 세상이 펼쳐져 있는지 한 번도 궁금해한 적이 없었어. 나를 에워싼 모든 것들이 더없이 아름다웠거든. 신하들은 나를 행복한 왕자라고 불렀어. 즐겁게 사는 게 행복이라면 나는 정말 행복했다고 말할 수 있어. 그렇게 행복하게 살다가 행복하게 죽었지. 그 뒤에 사람들이 내 동상을 만들어 이렇게 높은 곳에 세워 놓았어. 그 바람에 도시에서 벌어지는 꼴사납고 불행한 일들을 샅샅이 보게 되었지. 비록 내 심장은 납으로 만들어졌지만 눈물을 흘리지 않을 도리가 없구나."(26p)

     행복한왕자는 "제비야, 제비야, 귀여운 제비야."로 제비를 구슬려 칼자루에 박힌 루비, 자신의 두 눈인 사파이어를 불쌍한 사람들에게 나누어 줍니다. 매번 오늘은 꼭 이집트로 떠날거라는 제비에게 "제비야, 제비야, 귀여운 제비야."를 시전하는 행복한 왕자. 날씨는 점점 추워지지만 마음이 따뜻한 일을 하니 이상하게 춥지 않다고 하던 제비는, 행복한 왕자의 따뜻한 마음에 동화되어 하루만 더, 하루만 더 행복한 왕자의 곁에 머물던 제비는, 결국 이집트로 떠나지 못하고 두 눈을 잃은 행복한 왕자의 곁에서 잠듭니다. 행복한 왕자 동상을 찬미하던 시의원들은 더이상 반짝이지 않는 행복한 왕자 동상을 끌어내려 결국... 용광로에 넣어버지는데요, "참 이상해! 납으로 만든 이 심장은 뜨거운 용광로에서도 안 녹아." (ㅠㅠ) 살아서는 세상 물정 몰랐기 때문에 행복할 수 있었던 행복한 왕자, 동상이 되어서야 사람들의 슬픔을 헤아릴 수 있게 되었고, 자신의 두 눈을 내어주고나서야 고통스러웠던 그 자리에서 내려올 수 있었습니다. 언제 읽어도 감동적인 작품입니다. 함께 실린 「자기밖에 모르는 거인」과 「나이팅게일과 장미」도 재밌었는데요, 남은 네 작품 「어린 왕」, 「공주의 생일」, 「별 아이」, 「어부와 영혼」도 얼른 읽어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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