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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지막 패리시 부인은 누가 될 것인가 <마지막 패리시 부인>
    독서일지 2018. 6. 27.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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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지막 패리시 부인> 리디북스에서 얼마 전 무료로 대여할 수 있었던 책입니다. 대여 해놓고 다른 책들을 읽느라 대여 기간이 끝나기 직전에서야 읽게 된 책. 이렇게 재밌는 줄 알았으면 빨리 읽을 걸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저처럼 기간 임박해서 읽고 있는 분들이 많은가봐요! 리디북스 메인 페이지 '사람들이 지금 많이 읽고 있는 책' 2위에 떠 있네요! 1, 2, 3, 그리고 7위에 랭크된 책이 전부 다 리디북스 무료책으로 풀린 책들인 걸 보면 리디북스 회원들 모두 무료책은 일단 펼쳐보는 것 같아요! 무료책으로 올라오는 소설 대부분이 재밌는 책들이라는 점에서 담당자분의 안목도 대단한 것 같습니다. 오늘 도서관에 가서 신간 목록에 꽂혀 있는 <마지막 패리시 부인>을 보고 반가웠는데요, ebook으로 읽을 땐 양이 많다는 생각이 안 들었는데 종이책이 꽤 두껍더라구요. 재밌어서 후다닥 읽을 수 있는 책, 막장 드라마에서 느낄 수 있는 자극적인 재미가 있는 책, <마지막 패리시 부인> 추천해요!



     <마지막 패리시 부인>의 작가 리브 콘스탄틴. 리브 콘스탄틴은 린 콘스탄틴과 발레리 콘스탄틴 자매의 예명입니다. 자매가 함께 하나의 이름으로 소설을 썼다는 점이 새롭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소설 속 앰버의 자매 이야기, 대프니의 자매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더 눈여겨 본 것 같아요.


     <마지막 패리시 부인>은 1부는 앰버의 시점에서, 2부는 대프니 패리시의 시점에서, 그리고 3부는 두 여자의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블로그에 쓰는 책 이야기, 특히나 반전이 결말에 큰 영향을 미치는 책들에는 스포를 담지 않으려고 신경을 쓰는데요, 이 책은 2부의 대프니 이야기가 통째로 스포인 것 같아 더 조심하게 되네요.



     1부에서는 앰버가 완벽한 남자 잭슨 패리시를 갖겠다는 목표로 패리시 부부에게 접근하면서 한 계단 한 계단 밟고 올라서는 모습들이, 그리고 앰버의 내면 감정들이 정말 자극적이게 느껴져서 재밌게 읽었어요. 구성이 탄탄하고 심리 묘사가 깊은 잘 짜여진 막장 드라마를 보는 느낌이었습니다. 모든 이들이 부러워하는 패리시 부부, 그리고 대프니의 모든 것을 뺏고 싶은 앰버. 대프니 패리시 부인과 더 가까워지기 위해 자신의 껍데기를 바꾸는 모습, 대프니 부인과 가까워질수록 겉모습과 속마음과의 온도차가 만들어내는 느낌이 앰버의 캐릭터를 매력적(?)으로 만든 것 같아요.


    튼튼하고 평범한 샌들은 여성화 같은 구석은 없었지만 짧은 거리를 걷기에 좋았다. 막판에 찾아낸 알이 큰 못생긴 안경은 그녀가 추구하는 외모를 완성시켰다. 아파트를 나오기 전에 마지막으로 거울을 본 그녀는 만족스러웠다. 평범한 것은 물론이고 소심해 보이기까지 했다. 절대 누군가에게 위협을 가할 사람 같지 않았다. 대프니 패리시 같은 사람에게는 더욱.


    앰버는 너무 쉽다고 생각했다. 머리를 이상하게 자르고 맨얼굴에 안경을 끼고 어깨를 구부정하게 했을 뿐인데 자, 어떤가! 불쌍하고 촌스러운 여자가 탄생했다. 대프니는 누군가를 구원해주고 싶어 했고 앰저는 그 마음에 기꺼이 따를 셈이었다.

    -<마지막 패리시 부인> 중에서


     낭포성 섬유증으로 동생을 잃고 자신의 인생을 낭포성 섬유증 환자들을 위한 재단에 바친 대프니에게 접근하기 위해 앰버는 자신도 같은 상처가 있는 척 거짓을 꾸밉니다.

     "샤를린은 열네 살이었어요." 있지도 않은 여동생을 만들어내고, 열네 살에 세상을 떠난 여동생을 아직까지 그리워하며 눈물을 흘리는 앰버에게 대프니는 점점 마음을 열게 됩니다. 멀쩡히 살아 있는 여동생 트루디와 찍은 어릴 적 사진 뒷면에 '앰버와 샤를린'이라고 써놓고 대프니가 발견할 수 있는 곳에 일부러 흘리고 가는 앰버의 모습, 대프니의 재단에 자신의 입지를 확고히 하기 위해 공동의장 버니를 끌어내리고 대프니와 자매 같은 사이로 돋움하는 모습, 잭슨 패리시의 회사에 취직하고 잭슨의 비서의 커피에 항우울제를 타 먹여 끌어내리고 그 자리를 차지하는 모습… 정말 한 계단 한 계단 차곡차곡 꾸준히 부지런하게 밟고 올라서는 앰버의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대프니가 완벽한 잭슨의 부인으로써 힘든 일들을 토로할 때면 겉으로는 공감하는 척 하지만, 속으로는 대프니를 멸시하는 내면의 감정들까지, 희대의 악녀로 손색이 없습니다. 


     앰버는 몸을 앞으로 기대며 관심 있어 하는 것처럼 보이려고 최선을 다했다. 그러는 내내 대프니의 귀걸이와 팔찌, 매니큐어를 바로 완벽하게 태닝한 손가락에 낀 다이아몬드 반지 가격을 모두 합하면 얼마일지 계산했다. 마른 55사이즈 몸에 적어도 십만 달러를 걸치고 다니면서 어린 시절이 슬펐다고 징징거리기나 하다니. 앰버는 하품을 참고 대프니에게 경직된 미소를 지었다.


     저런. 디자이너가 만든 고급 드레스를 입고 값비싼 와인을 마시며 캐비어를 씹는 일이 그리 힘들었을까? 앰버는 최대한 안됐다는 표정을 지었다.

    -<마지막 패리시 부인> 중에서



     대프니의 시점으로 진행되는 2부는 낭포성 섬유증 환자들을 위한 재단을 만들었을 때 첫 후원자로 인연을 맺게 된 잭슨 패리시와 완벽한 부부로 사람들의 부러움을 받으며 살아온 이야기들이 담겨 있습니다. (더 이상은 스포 같아서 줄임.) 앰버를 정말로 친구로, 친구 이상 자매로까지 느꼈던 대프니의 이야기들과 진실을 알게 된 후 어떤 복수가 현명한 것인지 헤아려보는 대프니의 모습은 드라마 <품위 있는 그녀>의 우아진(김희선)만큼이나 품위있어 보였습니다.


     결말은 좀 아쉬웠다고 느껴졌는데요, 워낙 1부, 2부가 재밌었던지라 3부가 좀 밍밍하게 느껴졌던 것 같습니다. 권선징악이라는 주제로 마무리짓기 위해 온 세상이 대프니를 돕고 있는 느낌. 1부, 2부에서 끌어올린 기대감이 커서 그런지 통쾌함이 느껴지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그래도 자극적인 재미에서부터 인간의 심리까지 느낄 수 있었던 소설이었습니다. 비슷한 소설 있으면 몇 권 더 읽어가면서 비교해보고 싶은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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