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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남주 작가의 신작 소설집 <그녀 이름은>
    독서일지 2018. 7. 9. 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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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남주 작가의 신작 『그녀 이름은』을 읽었습니다. <82년생 김지영>도 멈칫멈칫하며 재밌게 읽었기 때문에 조남주 작가님의 신작 또한 어떤 이야기들을 담았을지 기대가 되었습니다. 전작과 비슷하면서도 다른 느낌의 책이었습니다. <82년생 김지영>에서는 당연하다고 여겨왔던 여성의 삶과 현실을 날타롭게 꼬집었다면, 이번 단편집에서는 여러 이야기들 속에 등장하는 그녀들이, '우리 다음 세대'를 위해 행동하는 모습을 많이 보여준 것 같습니다.



     같은 과장에게 성희롱 당하다 퇴사했다는 직원은 소진을 보자마자 미안하다고 말했다. 그때 자신이 조용히 덮고 넘어가지 않았다면 소진도 같은 일을 당하지는 않았을 거라고 자책했다. 물론 소진은 그녀를 원망하지 않는다. 하지만 조용히 덮고 넘어간 두 번째 사람이 되고 싶지는 않다. 세 번째, 네 번째, 다섯 번째 피해자를 만들지 않을 것이다.

    -두 번째 사람


    나도 그랬어, 우리 때는 더 했어, 라는 말을 하는 메인작가가 되지 말아야지 다짐했다. 그런데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안 해야 하는 말을 안 하는 사람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할 말을 하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내가 오늘 삼킨 말, 다른 누구도 대신 해줄 수 없는 말들을 생각한다.

    -나리와 나


    요즘이 어떤 세상인데 결혼하고 애 낳았다고 회사를 못 다니고 육아휴직을 못 쓰냐고요? 네, 아직 그런 세상이에요. 여전한 회사 많아요. 일 년 후에 무사히 복직한다면 제가 저희 회사 육아휴직 1호예요. 일단 1호가 나오면 2호, 3호, 4호가 계속 나올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인터뷰-임신부 이야기


    내 복직만 생각했다면 이렇게 긴 시간 버티지 못했을 것이다. 불안정한 고용환경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승객의 안전을 비용과 효율로 계산하지 않고, 여성의 일을 임시와 보조 업무로 제한하지 않으려는 싸움. 나는 여전히 젊고 아직 싸움은 끝나지 않았다.

    -다시 빛날 우리



      책을 읽으면서 서비스직에서 일 했을 때가 많이 생각나더라구요. 좋은 고객들이 훨씬 많았기 때문에 소수의 이상한 사람들이 내뱉는 말에 상처를 받고 싶지 않다는 생각으로 말에 담긴 속뜻을 모르는 척, 아무렇지 않은 척, 개의치 않는 척 하며 넘겼던 것들이 생각이 났습니다. 일을 그만두게 되었을 때, 매일 아침마다 보던 좋은 회원님들을 더 이상 못 보게 된다는 생각에 많이 아쉬웠었는데요, 한편으론 이상한 소리를 해대는 사람들 또한 더 이상 상대하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에 후련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서 문득 내가 그만 둔 후에 들어온 직원은 어땠을까 생각이 나더라구요. 좋은 분들의 친절하고 잘 웃는다는 칭찬이 좋아서, 선을 그어야 했던 사람들한테까지 서비스직 직원한테는 농담이라는 포장지를 씌워 헛소리를 지껄여도 된다고 생각하도록 일조한 것은 아닐까... 하는 무거운 마음이 생겼습니다. 벌써 3년이 훌쩍 지난 일이고, 그때엔 분위기가 이렇지 않았으니까 어쩔 수 없었을 거야, 하고 생각해보기도 하지만, 스스로 정말 많은 것들에 무지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사회 분위기가 바껴가는 것에 감사하는 한편, 나도 어디에선가 두 번째 사람이 되어야 하고, 1호가 되어야 하고, 할 말을 할 줄 아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책임감을 느낄 수 있는 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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